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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월드 워치]英… 해가 지지 않는 ‘파파라치 산업’

입력 | 2003-08-31 18:13:00


올여름 한국에서 ‘몰카’ 소동이 났지만 서구의 파파라치(Paparazzi·유명인의 사진을 몰래 찍어 파는 사람들)에게도 한여름은 대목이다.

스타의 비키니 사진을 몰래 찍을 수만 있다면 비싼 값에 팔 수 있기 때문. 운 좋게(?) 스타가 아무것도 걸치고 있지 않다면 가격은 치솟는다.

최근 파파라치 산업이 뜨고 있다고 영국 시사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지난달 30일자)가 보도했다. 영국만 해도 지난해 초 ‘뉴!(New!)’라는 파파라치 사진 전문잡지가 등장하면서 파파라치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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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가 ‘히트(Heat)’나 ‘나우(Now)’ 같은 기존 파파라치 잡지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파파라치 잡지 판매고는 정통사진을 싣는 연예잡지의 판매액을 넘어섰다. ‘히트’ 잡지 하나만 해도 매주 100만부 이상이 팔린다.

사진 가격은 유명인의 인기도에 따라 수천달러에서 수십만달러 사이를 오간다. 기묘하게도 스타가 나이트클럽에서 즐기는 사진보다 식료품 쇼핑할 때와 같은 일상 사진이 더 비싸다.

파파라치 산업의 장점은 무엇보다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 카메라 한 대와 약간의 재치만 있으면 된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일확천금을 꿈꾸며 파파라치로 나선다. 하지만 초보 파파라치가 찍은 사진 가운데 쓸 만한 것은 5%도 안된다고 한다.

파파라치 사진 찍기의 비결은 끈기. 많은 파파라치가 스타의 집 앞에서 밤을 지새운다. 하지만 무작정 버티기보다는 경비원 도어맨 운전사 웨이터들에게 힌트를 얻는 게 효과적이라고 ‘고수’들은 말한다.

파파라치 산업의 피해자는 누굴까? 파파라치에게 시달리는 유명인들? 이코노미스트는 진짜 피해자는 독자라고 말한다.

많은 파파라치 사진이 실상은 유명인과 짜고 찍는 경우가 많다는 것. 데이비드 베컴 부부의 사진을 찍은 파파라치 제이슨 프레이저도 순수성(?)을 의심받고 있다.

그렇다면 짜고 찍은 사진과 진짜 파파라치 사진은 어떻게 구별할까? 답은 간단하다. 사진에 찍힌 유명인이 평소보다 늙고 뚱뚱하고 흉하고 우스꽝스럽게 보이거나 술에 취한 것 같은 모습이라면 진짜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