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와 마이니치 등 일본 언론들은 31일 중국 베이징(北京) 6자회담의 뒷이야기를 일제히 보도했다. 다음은 주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북 ‘핵 보유’ 운운에 미측 발끈=지난달 27일 전체회의 후 북한 김영일 수석대표가 회담장 구석 소파에서 제임스 켈리 미 수석대표에게 “미국이 적대정책을 포기하지 않으면 핵 보유 선언과 핵실험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켈리 차관보는 격노해 즉석에서 이를 반박했다. 미 언론들이 ‘북한 핵실험 용의’라고 보도한 것은 이 때문에 나왔다.
미국은 28일에도 북한과 접촉하려 했지만 이날 전체회의에서도 북한이 ‘핵 보유’ 운운 발언을 반복하자 2차 접촉을 포기했다.
북한 대표는 또 일본과 러시아 대표가 “북한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악의를 미국은 갖고 있지 않다”고 발언하자, 양국 대표를 지명하면서 “미국이 시키는 대로 말하고 있다”고 격렬히 비판해 회담 참석자들을 아연하게 했다.
▽차기 회담 일정 협상=북한을 제외한 5개국은 후속회담 일정과 관련해 △10월 13일 시작하는 주 △10월 20일과 21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회의(APEC) 정상회담 후 △10월 하순 개최 등 3개 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북한은 “본국 지시가 오지 않았다”며 답을 피했다.
결국 주최국 총괄담화에서 ‘차기회담 장소와 일시는 외교경로를 통해 정한다’고 밝히는 선으로 정리됐다. 한 참석자는 “북한과 중국간에는 다음 회담에 응한다는 약속이 이뤄진 것 같다”고 전했다.
▽사라진 공동발표문=6개국 실무담당자는 대표단 전체회의 중 별실에서 공동발표문 작성 작업을 벌였다. 28일 밤 북한은 공동문서화에 난색을 표했고 29일에는 “문서화는 절대 안 된다”고 버텼다. 중국이 “그렇다면 의장 총평으로 대신하자”는 절충안을 내 성사됐다.
북한 핵 포기와 체제 보장, 경제 지원 등에 대한 표현은 난항 끝에 ‘단계적, 병행 방식’으로 조정됐다. 미국은 표현을 애매하게 한 상태에서 마지못해 합의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마저도 서명을 거부했고 한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기까지 했다. 북측은 이후 “역시 서명은 안 된다. 그러나 중국 대표의 구두 발표는 막지 않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