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제의 근거법인 개정 근로기준법 부칙의 ‘임금보전’ 조항이 강제조항인지 아닌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법제처가 이 조항에 대해 “사용자가 어길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강제조항”이라고 해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천정배(千正培) 의원의 주장처럼 법제처의 해석이 사실이고 이를 근거로 노동계가 압박을 가할 경우 일선 사업장에서 상당한 혼란이 일 소지가 있다. 재계는 물론 정부 내 주무부처인 노동부도 문제의 조항을 강제성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법제처는 공식적인 유권해석이 아니라며 펄쩍 뛰고 있어 앞으로의 논란이 주목된다.
▽‘임금보전’ 조항 어떤 내용인가=개정 근로기준법 부칙 4조 1항의 ‘기존의 임금수준이 저하되지 않도록 한다’는 문구는 근로자가 종전에 받아 왔던 임금총액 수준이 법 시행 후 낮아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노동계에서는 그동안 총액 대신에 구체적인 임금 항목별로 기존보다 줄어들지 않도록 법에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조항에 따라 근로자가 받는 임금총액이 이전 수준보다 떨어지지 않으면 되기 때문에 사용자는 초과근로가 늘어나거나 교섭에 따라 기본급이 올라도 수당 등 특정 임금 항목을 깎을 수 있다.
▽강제성 있나=노동부는 임금보전 조항이 강제성이 없으며 포괄적 선언규정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사용자가 어길 경우에 대비해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한다는 벌칙규정이 마련돼 있는 근로기준법 본문과는 달리 아무런 제재수단이 없기 때문.
노동부 송영중(宋永重) 근로기준국장은 “원칙적으로 임금은 개별 사업장의 노사가 자율적으로 교섭해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며 “다만 법 개정에 따라 근로자의 소득이 감소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를 법에 명시해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기홍(權奇洪) 노동부 장관도 8월 22일 한 라디오 대담 프로에서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된 뒤 개별 사업장에서 실질적인 임금이 삭감된다면 노동부가 적극적으로 지도해 나갈 방침”이라며 행정지도 외에는 다른 수단이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
재계는 “노동부에서 행정지도를 통해 해도 될 일인데 재계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것이 아니냐”며 적잖게 당황하고 있다.
▽황당한 법제처=법제처는 “아직 시행도 안 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해 법제처가 지난해 10월 1일(문건 작성일)에 유권해석을 내렸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해명했다.
개정안이 시행된 뒤 1차 주무부서(노동부)가 내린 유권해석이 다른 부처와 충돌될 때 법제처가 비로소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문건 작성자인 조영규 법제관(3급)은 “천 의원에게 제출된 심의경과 보고 문건에는 법률개정 과정에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열거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보고서 내용도 노사가 합의한 개정안의 문구를 바꿀 경우 새로운 논란이 예상되므로 ‘수정 없이 국회에 제출하는 것이 좋다’는 견해를 낸 것이다”고 덧붙였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