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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파]“원더풀 이천수”…데뷔무대 ‘그림같은 슛’에 유럽이 들썩

입력 | 2003-09-01 17:55:00


스페인 프로축구리그가 시즌 벽두부터 이천수(22·레알 소시에다드)로 들끓고 있다. 데뷔무대인 지난달 31일(이하 한국시간) 에스파뇰전에서 골과 다름없는 어시스트를 기록하자 온통 이천수에 대한 찬사 일색이다.

“이천수는 아주 완벽한 전술과 움직임을 가지고 있다.”

네덜란드의 축구영웅 요한 크루이프는 이렇게 칭찬했다. 그는 에스파뇰 선수로 출전한 아들 요르디의 모습을 보러 바르셀로나 몬주익 올림픽스타디움을 찾았다가 이천수의 플레이에 반해 버렸다.

크루이프는 경기 내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다 “정말 빠르다. 이천수는 코바체비치와 함께 레알 소시에다드 수준을 한 단계 높이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90년대 스페인대표팀을 이끌었던 에스파뇰의 클레멘테 감독도 "이천수가 정말 마음에 든다. 파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했던 육상선수처럼 빠른데다 쉬지 않고 뛰는 모습에 놀랐다. 프리메라리가 최고 수준에 전혀 손색이 없다. 우리에겐 아주 위험한 선수"라며 혀를 내둘렀다.

에스파뇰 선수들도 경기 내내 자신들을 끊임없이 쫓아다니며 압박 플레이를 펼친 이천수를 “찰거머리”라고 부르며 고개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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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천수 ‘골같은 어시스트’

언론도 이천수에게 후한 점수를 줬다. 스포츠전문지 마르카는 이천수 코바체비치 아란부루 에게 3점 만점에 각각 2점씩을 줬고 아스 또한 이천수에게 2점을 주면서 “이번 경기에서 가장 신사답고 우아한 활약을 펼쳤다“고 평가했다. 문도데포르티보의 점수는 4점 만점에 3점.

반면 엘디아리오바스코지는 신중했다. ‘이천수가 영리한 플레이를 펼쳤지만 체력적으로 스페인 선수들을 따라가지 못한다.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평가.

한편 이천수의 로빙슛에 발을 갖다대 골이 아닌 도움으로 만들어버린 팀 동료 코바체비치는 경기가 끝난 뒤 미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천수에게 “네가 찬 볼이 골대 안으로 들어가려던 순간이었지만 수비수가 옆에 있어 내가 밀어 넣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이천수는 “괜찮다. 난 언제나 골을 넣을 수 있다. 홈 개막전 때 반드시 넣어 보이겠다”고 대답했다는 것. 이천수는 3일 오전 4시45분 산 세바스티안의 아노에타경기장에서 지난 시즌 리그 4위 팀인 셀타 비고와 홈 개막전을 가진다. 셀타 비고는 스페인 북서부 도시 비고가 연고지. 보스니아 국가대표 출신의 스트라이커 사보 밀로세비치와 아르헨티나 대표출신의 수문장 카발레로 등이 있다.

아쉬운 점은 이천수의 ‘속옷 세리머니’를 볼 수 없게 된 점. 31일 한 차례 경고를 받았듯이 스페인 프로축구는 속옷 상의를 드러내 보이는 세리머니를 금지하고 있다. 이천수는 “경고를 받으면 경기출전에 지장이 있기 때문에 골을 넣더라도 속옷 세리머니는 하지 않겠다. 대신 다른 독특한 세리머니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마드리드(스페인)=변혜정통신원 JACGAR@telefonic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