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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놓고 일해도 되나요”불법체류 외국인 취업확인서 발급

입력 | 2003-09-01 18:16:00

불법체류 외국인 구제절차가 시작된 1일 경기 안산시 안산노동사무소 고용안정센터. 방글라데시아인 등 외국인 근로자들이 취업확인서를 제출한 뒤 직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안산=이훈구기자


“이젠 정말 마음 놓고 일할 수 있게 되는 건가요.”

2001년 12월 입국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의 한 식당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마음 졸이며 일해 온 중국동포 홍룬후아씨(32). 1일 성남 고용안정센터에서 ‘취업확인서’를 받자 얼굴에 미소가 감돌았다.

홍씨는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외국인등록증을 받으면 앞으로 2년간 내국인 근로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 합법 취업자가 된다.

7월 31일 국회를 통과한 고용허가제법에 따라 22만7000여명(3월 말 기준)에 이르는 불법체류 외국인 구제절차가 시작된 1일. 홍씨처럼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외국인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대부분은 구제신청에 필요한 서류와 절차 등을 묻는 정도에 그쳐 실제 접수는 많지 않았다.

인천 남동구 구월동 경인종합고용안정센터에는 50여명이 취업확인서 발급을 신청했다.

2000년 11월 관광비자로 입국해 인천 남동공단 제조업체를 전전했던 방글라데시인 세라줄 이슬람(25)은 “혹시라도 일제 단속에 걸리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다”며 “이제 2년간 열심히 일해 고향에서 조그만 상점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불법으로 외국인을 고용하고 있는 업체들도 가슴을 쓸어내렸다. 외국인 직원들과 함께 경인 고용안정센터를 방문한 동양프라텍㈜ 관계자는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6명의 외국인은 없어서는 안 될 핵심인력”이라며 “합법적인 취업의 길이 열려 다행”이라고 말했다.

10월 말까지 두 달간의 구제기간 동안 3만여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 안산 및 시흥 고용안정센터는 이날 오후 2시까지 200여명의 외국인이 상담했다. 그러나 접수는 18명에 그쳤다.

혼잡이 심할 것으로 예상해 순번표발행기를 설치하고 임시직 11명을 증원했지만 정작 신청이 적어 한가한 모습이었다.

“당신은 구제대상이 아니다”라는 말을 듣고 강력하게 항의하거나 쓸쓸히 발길을 돌리는 외국인도 간혹 눈에 띄었다.

고용허가제 도입에 따른 합법화 조치 대상은 3월 말 현재 국내 총체류기간 4년 미만으로 신청 당일 제조업 건설업 서비스업 연근해어업 농축산업 사업장에 취업하고 있는 외국인이다.

준비 부족으로 곳곳에서 업무처리가 매끄럽지 않은 모습도 보였다. 노동부는 외국인 본인이 직접 창구를 방문해 취업확인서 발급신청을 해야 하는 점을 감안해 공고문과 신청서식을 영어와 중국어로도 번역해 비치했으나 의사소통이 쉽지 않았다.

경인 고용안정센터는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 등 시민단체에 요청해 자원봉사자 2명을 긴급 지원받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성남 고용안정센터는 오전에 전산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취업확인서 발급업무를 맡고 있는 한 직업상담원은 “전산망에 나타나지 않는 영세 사업장의 경우 업종 구분이 모호해 취업대상 업종에 해당하는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노동부 권기섭 외국인고용대책단장은 “불법체류자의 구제신청이 쇄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추석연휴 뒤에는 이 같은 시행착오가 없도록 하겠다”면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사업주가 적극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안산=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인천=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