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원 임용고사 응시자격 제한규정’이 헌법상 공무 담임권을 침해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옴에 따라 농촌 등 지방 교원들의 ‘무더기 탈출’이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지방의 현직 교사가 퇴직 후 2년이 지난 뒤에야 대도시 등 타지역 교육청이 실시하는 교원 임용고시에 응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교육인적자원부는 이달 초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이 참여하는 신규교사임용 공동관리위원회와 협의해 이런 경과규정을 폐지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읍면 지역 교사들의 대도시 진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여 시골의 교사 부족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시골 지역의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져 도농간의 교육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고 인구 감소 등 심각한 지방 공동화까지 불러올 것으로 우려된다. 나아가 노무현 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 균형발전에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도서지역이 많고 지역 개발이 낙후된 전남의 경우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전남 지역은 그렇지 않아도 초등학교 임용고시에서 매년 미달 사태를 보일 만큼 심각한 교사난을 겪고 있다.
전남은 지금도 초등교사가 151명 부족하며, 이번 임용고사 자격제한 규정의 폐지와 관계없이 2004년 386명, 2005년 265명, 2006년 346명의 교원 부족 사태가 예고돼 있는 실정이다. 1999년 모집했던 중등자격 초등교사 800명의 의무근무 기한 3년이 만료됨에 따라 이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대법원 판결로 전남 지역의 교사난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벌써부터 일부 초등 교사들이 사직서를 내는 등 ‘탈전남’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교사 이탈이 본격화될 경우 시골 지역의 교단 사회 내부에 미묘한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젊고 유능한 교사들이 차례차례 대도시로 빠져나가게 되면 농어촌에는 상대적으로 그보다 못한 교사들만 남게 돼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중될 것이다. 이 경우 자녀 교육에 희망을 걸고 있는 지역민들의 대도시 이동도 가속화될 게 뻔하다.
대책은 자명하다. 교사들의 농어촌 탈출을 막을 획기적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첫째, 농어촌 지역 근무교사들에게 승진을 위한 더 많은 가산점 혜택을 부여하고 근무 수당을 획기적으로 현실화해야 한다.
둘째, 교원부족 사태가 쉽게 해결될 수 없다는 점에서 학급당 학생 수를 재조정하거나 교원 양성체제를 다변화하는 등의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젊은 남성 교사들을 확보하기 위해 농어촌 지역 근무 교사들에게 병역 특례를 부여해야 한다.
넷째, 교대 신입생 및 편입생을 늘리고 중등교사 자격 소지자를 초등학교 정규교과 전담교사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다섯째, 농어촌 근무 교사들이 교사로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지역사회에서 충분한 예우를 하는 등 다양한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그 피해는 농어촌 지역의 학생과 주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정부 당국은 시골 지역의 교단 붕괴를 방치할 경우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국정목표가 구두선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
이윤배 조선대 교수·컴퓨터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