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고의 기도처로 꼽히는 경북 경산시 와촌면 대한리 ‘갓바위부처’(관봉석조여래좌상·보물 431호). 팔공산 관봉(冠峰) 해발 850m 꼭대기에 앉아있는 석불이다.
‘지극 정성으로 기도하면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영험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일년 내내 전국에서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갓바위부처는 1962년 10월 2일자 동아일보에 소개되면서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기사는 ‘또 하나의 藥師如來像(약사여래상), 팔공산(八公山) 벼랑 끝에 외로운 坐禪千年’이라는 제목으로 사진과 함께 실려 있다.
그러나 갓바위부처가 내려다 보는 아래쪽 풍경은 ‘영험있는 기도처’와는 딴판이다. 갓바위 입구 주차장의 운영권을 둘러싸고 진흙탕 싸움이 한창 벌어지고 있다.
갓바위부처를 관할하는 영천 은해사(불교조계종 10교구 본사)와 경산시, 주차장 위탁운영자 등 3자가 주차장 ‘이권’을 놓고 맞고소와 함께 언제 난투극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으로 치닺고 있다.
167대를 수용할 수 있는 갓바위 주차장은 지난해까지 8년 동안 은해사 말사로 갓바위 부처를 직접 관할하는 선본사(禪本寺)가 맡아왔다. 선본사는 주차요금을 받는 대신 경산시에 연간 2억 3000만원의 운영수수료를 내왔으나 올 1월부터 개인사업자에게 운영권이 넘어갔다. 갓바위 주차장은 평일 100∼200대, 주말 500대 가량의 차량이 드나든다.
경산시는 지난해 11월 주차장과 함께 주차장 근처 상가부지를 일괄 매각하는 방식으로 입찰해 배모씨(44)가 낙찰받았다. 배씨는 상가부지 850여평을 4억 7000만원에 낙찰 받고 동시에 주차장 관리대행권을 연간 2억3000만원에 2년 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수의계약 다.
경산시는 “갓바위 집단시설지구가 96년 조성 이후 분양이 되지 않아 주차장 운영권과 일괄 처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입찰은 신문공고를 내고 읍면동을 통해 알린 공개입찰이었으므로 행정상 흠이 없는데도 은해사 측이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산시 도시과 관계자는 “은해사 측과 재판을 통해 사실관계를 밝힐 것”이라며 “주차장 운영을 둘러싼 갈등은 은해사 측이 운영하는 매점의 수입감소를 막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은해사 입장은 다르다. 입찰 과정에 담합이 있었기 때문에 주차장 입찰은 무효라는 주장이다. 은해사 주지 법타 스님은 “낙찰자가 벌금 500만원을 받았다는 것이 입찰에 문제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게다가 갓바위 주차장 운영은 관련 당사자인 은해사와 선본사 측과도 의논했어야 했는데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은해사 측은 2일 경산시장을 항의 방문하고 윤영조(尹永祚) 시장을 직무유기로 고발할 예정이다. 벌금에 대해 주차장 관리소 측은 법원에 이의신청을 제기한 상태.
은해사와 주차장 운영자 사이에 맞고발 사태도 빚어졌다. 은해사는 8월 운영자가 입구 주차장 옆에 불법으로 매점을 운영한다는 이유로, 주차장 관리소는 선본사 입구 매점이 무허가 불법이라는 이유로 각각 고발했다. 주차장 관리소 측은 9월 초 개장 예정으로 주차장 입구에 3층 규모 매점을 짓고 있다.
주차장 관리사무소 측은 “승용차 기준으로 하루 2000원의 주차비를 받지만 사찰 업무에 관련된 차량 등은 주차비를 받지 않는다”며 “은해사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산=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