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의 시점에서 죽음의 공포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전달하는 공포영화 ‘주온2’. 사진제공 한맥영화사
한적한 시골의 한 주택. 몇 년 전 의처증에 시달리던 남편이 아내를 죽이고 자신도 집 근처 도로에서 시체로 발견됐던 사건이 일어난 곳이다. 당시 6세였던 아이는 실종됐다.
공포영화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영화가 끝난 뒤에도 왠지 이야기는 계속될 것 같은 ‘…’의 느낌이 아니던가.
‘주온2’도 전편의 연장선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방송사 스태프와 일본 연예계의 호러퀸 교코(사카이 노리코)가 여름 납량물 촬영을 위해 이 집을 찾는다. 끔찍한 가족 살해사건 이후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이 차례로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는 소문을 듣고 온 것이다. 교코와 리포터 도모카(니이야마 치하루), 여학생 엑스트라 치하루(이치카와 유이) 등은 납량물을 찍으면서 이상한 소리를 듣지만 무심결에 지나친다.
이 작품에서 등장인물들은 모두 납량프로 촬영을 위해 이 집을 방문했다는 하나의 고리로 연결돼 있다. 영화의 묘미는 교코와 도모카 등 등장인물들의 시점에서 피할 수 없는 죽음의 공포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교묘하게 전달하고 있다는 것. 각 인물이 느끼는 공포의 느낌은 관객들에게 차별적으로 전해진다.
‘주온2’의 공포는 누군가가 전기톱이나 칼을 들고 쫓아다니는 스타일에서 비롯되는 게 아니다. 뭔가 몸 속으로 스멀스멀 다가오는 끈적끈적한 촉감의 공포에 가깝다.
하지만 공포영화에서도 ‘권선징악형’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유쾌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작품에서 죽음은 선악에 관계없이 한 집을 방문했다는 이유만으로 죽게 되는 불가항력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1999년 출간된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시미스 다카시 감독은 ‘주온’으로 할리우드에 데뷔할 예정이다. 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