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상영되는 박기복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매’. 사진제공 하이퍼텍 나다
5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하이퍼텍 나다’에서는 박기복 감독(38)의 다큐멘터리 ‘영매(靈媒)-산 자와 죽은 자의 화해’가 개봉된다. 13일에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씨어터 2.0’에서도 상영된다.
3년에 걸쳐 제작된 이 작품은 전남 진도의 씻김굿, 경북 포항의 풍어제 등을 배경으로 무당의 삶과 그 한(恨)을 카메라에 담았다.
최근 시사회를 가진 박 감독의 말이다.
“내 작품의 부제가 ‘산 자와 죽은 자의 화해’라면 내가 꿈꾸는 것은 다큐멘터리와 관객의 만남입니다.”
‘무당에 미쳤다’는 말을 들었다는 박 감독에게서 다큐멘터리 감독의 한이 느껴졌다.
그럴 만도 하다. 한국 영화가 르네상스를 맞았다지만 다큐멘터리는 여전히 불모지에 가깝다. 다큐멘터리가 일반 극장에서 입장료를 받고 처음 상영된 때가 8년 전이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변영주 감독의 95년 ‘낮은 목소리’와 97년 ‘숨결-낮은 목소리2’는 개봉에 앞서 화제를 모았지만 모두 5000명 정도의 관객이 관람하는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영매…’도 상업 극장의 높은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았다. 2002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뒤 극장 개봉을 위해 새로 녹음을 하는 등 추가 작업에만 1억5000여만원의 비용이 들어갔다. 영화배우 설경구가 무료로 내레이터를 맡아주었고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등을 작업한 영화음악가 조성우는 제작비를 떠맡았다.
박 감독은 “‘영매’는 내 노력과 땀은 물론 주변의 도움과 하이퍼텍 나다의 배려가 없었다면 극장에 들어서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한을 풀어주는 것은 재미있게 느끼든, 그렇지 않든 간에 뭐라고 말해주는 ‘관객의 씻김굿’ 아닐까.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