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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 근무시대]달라지는 학교수업

입력 | 2003-09-02 18:00:00

한달에 한번 주5일 수업을 하는 서울 세륜초교 학생들이 토요 휴무일인 지난달 30일 학교에서 오케스트라 연습을 하고 있다. -김미옥기자


《토요일인 지난달 30일 2년째 월 1회 주5일 수업을 하는 서울 송파구 오륜동 세륜초등학교. 수업이 없는 날인데도 학교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이 학교는 토요 휴무일에 전교생 1000여명 가운데 약 300명이 학교에서 특기적성교육을 받고 약 200명이 교사, 학부모 도우미 등과 함께 사회교육시설이나 박물관 등을 방문한다. 조무일(曺茂一) 교장은 “학교 활동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은 휴무일 활동 보고서를 내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따라 주5일 수업이 확산되면 이처럼 초중고교 교육 현장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시행 계획=현재 월 1회 주5일 수업을 하는 우선 시행학교 26개교와 연구학교 136개교 등 전국 162개 초중고교에서 월 1회 주5일 수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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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는 내년부터 월 1회 주5일 수업을 원하는 초중고교는 시도교육청의 심사를 거쳐 우선 시행학교로 지정하고 2005년부터는 월 1회 주5일 수업을 모든 초중고교로 확대할 방침이다.

주5일 수업 시행 일정시기내용2004년희망 학교 심사 거쳐 월 1회 주5일 수업 실시2005년전국 초중고교 월 1회 주5일 수업 전면 실시미정월 2회 주5일 수업으로 확대미정주5일 수업 전면 실시

교육부 관계자는 “내년에 월 1회 주5일 수업을 하는 학교는 전체 초중고교의 10∼20%선인 1000∼2000개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육부는 이어 사회적 여건이 성숙되면 주5일 수업을 월 2회로 늘리는 등 단계적으로 주5일 수업을 확산시킬 계획이다. 주5일 수업 전면 실시는 주5일 근무제가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되는 2011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교육과정은 주6일 수업(연간 220일)을 기준으로 편성돼 있어 주5일 수업이 전면 실시되면 방학이 줄어들거나 평일 수업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휴무 토요일 대책=교육부는 부모가 토요일에도 모두 직장에 나가면 자녀를 돌볼 사람이 없는 가정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는 주5일 수업 도입 초기에는 초등학교가 세륜초교와 같은 특기적성교육이나 교외활동 프로그램을 마련하도록 권장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주5일 수업이 실시되더라도 맞벌이 부부들이 자녀를 맡길 곳이 없어 걱정하는 일은 당분간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사 학생은 만족=주5일 수업에 대한 초등학생 교사 학부모의 만족도는 큰 차이가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시교육청의 ‘주5일 수업 선도 초등학교 운영 보고서’에 따르면 주5일 수업 만족도는 학생은 85.27%, 교사는 87.15%, 학부모는 67.49%였다. 또 가정이나 지역의 특수성에 따라 주5일 수업에 대한 평가는 달랐다. 빈곤층이 많이 사는 지역일수록 학부모의 만족도가 낮았다.

▽부작용은 없나=주5일 수업이 확대되면 주말 전문학원이나 주말 고액과외가 성행해 학부모의 사교육 부담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자녀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은 부모들은 아이들을 돌봐주고 교육도 하는 주말 학원으로 향할 수 있다.

교육부는 학교의 특기적성교육을 내실화하거나 인터넷을 통한 맞춤형 가정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해 사교육 수요를 공교육으로 끌어들인다는 구상이다.

수업일수가 줄어들면서 학생들의 학습능력이 떨어지고 학생들의 학교외 생활시간이 늘어나 생활 및 안전지도도 힘들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서울시교육청 이대영 장학사는 “주5일 수업이 정착되려면 주말에 학생들이 갈 만한 교육적인 시설이 늘어나는 등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학부모가 본 주5일 수업▼

“주5일 수업제를 도입하려면 당분간 학교나 지역사회가 부모의 부담을 상당 부분 덜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년째 월 1회 주5일 수업을 실시하고 있는 서울 세륜초등학교 학부모들은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학생들을 교육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주5일 수업제가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휴무 토요일에 자녀를 학교 관현악반에 보낸다는 학부모 김명희씨(47)는 “음악학원에서 악기를 배울 때보다 아이의 실력이 더 빨리 느는 반면 비용 부담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면서 “주5일 수업을 잘 운영하면 학생과 학부모 모두가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주5일 수업으로 사교육비가 늘어날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김씨는 “학원이나 과외를 선호하는 학부모도 있기 때문에 주말을 이용해 집중적으로 사교육을 받는 학생이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네덜란드에서는 대학생들이 학기 중이나 방학 중에 적은 비용을 받고 초중고교생들을 지도하고 학점을 인정받는다”면서 “우리나라도 휴무 토요일에 이런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륜초교는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맞벌이 부부를 위해 자녀를 학교에 보내거나 친구 부모를 따라 현장 학습을 하도록 하고 있다.

학부모 황문숙씨(40)는 “아무런 프로그램에도 참여하지 않고 혼자 남게 되는 학생들이 가장 큰 문제”라며 “도시와 농촌 학교들이 자매결연을 해 주말에 교류 활동을 하는 등 휴무 토요일을 보람있게 활용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