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F는 이동통신의 명품을 내세우며 대대적인 기업 이미지 변신 작업에 들어갔다. 사진제공 KTF
“네거티브(negative·부정적) 전략을 펼쳐야 합니다.”
3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KTF 본사 17층 임원 회의실. 갓 부임한 남중수(南重秀) 사장에게 업무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임원들은 “지금이야말로 SK텔레콤의 세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으로 SK텔레콤이 광고 마케팅을 모두 접고 숨을 죽이고 있을 때였다.
그러나 남 사장은 뜻밖의 말을 했다.
“남을 흉봐서 순간의 이익은 얻겠지요. 그러나 우리 경쟁력이 근본적으로 높아질까요?”
순간의 이익을 좇기보다 오래갈 기업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다 뜯어고쳐라=남 사장의 말대로 KTF는 위기에 처해 있었다. 휴대전화 시장에서 SK텔레콤은 ‘비싸지만 통화 품질이 좋은 회사’, LG텔레콤은 ‘서비스는 다소 떨어지지만 값이 저렴한 회사’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내년에 번호이동성(사업자에 관계없이 고객이 휴대전화 번호를 바꿀 수 있는 제도)이 시작되면 상당수 가입자들이 좋거나 싼 것을 찾아 이탈할 것으로 최근 시장조사에서 밝혀졌다.
이에 따라 KTF는 남 사장의 지휘 아래 대대적인 이미지 리모델링 작업에 나섰다.
휴대전화 가입자들에게 1 대 1 맞춤 서비스를 함으로써 통화품질은 물론이고 서비스에 있어서도 ‘명품’을 추구한다는 전략.
KTF는 9월부터 24시간 고객 응대를 시작했으며 고객의 통화 습관을 분석해 가장 저렴한 요금을 제시하기로 했다. 최근엔 두 사람이 무제한 통화할 수 있는 ‘무제한 커플 요금제’를 내놓아 업계를 긴장시켰다.
▽설탕회사에서 생활문화기업으로=기업 이미지를 바꾸려면 단순히 로고를 바꾸거나 광고를 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회사의 조직과 경영 자체가 먼저 변해야 한다.
CJ그룹은 멀티플렉스 극장업체인 CGV, 영화제작업체인 CJ엔터테인먼트, TV홈쇼핑 등 다양한 사업을 하는 회사.
그러나 작년 10월까지 회사명이 제일제당이었다. 자체 조사 결과 소비자의 43.8%가 제일제당 그룹을 ‘식품회사’, 32.7%는 ‘설탕회사’로 인식하고 있었다. 설탕회사에 다니는 태도로 엔터테인먼트 일을 잘할 수는 없었다.
CJ는 모든 계열사의 이름에 ‘CJ’를 넣는 기업이미지통합(CI)작업을 단행했고, ‘생활문화기업’으로 대내외적 이미지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신현암 수석연구원은 “소비자들이 이젠 제품뿐 아니라 제조업체가 어딘지를 따진다”면서 “종합적인 기업이미지 구축 작업이 경영에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