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金斗官)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에 관한 한 한나라당 지도부는 강경일변도다. 평소 대여 비판 공세를 자제해온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가 2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향해 직격탄을 날린 것도 그런 맥락이다.
하지만 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를 실기(失機)한 데다 명분이 약하다는 점 때문에 당 지도부는 내심 고민하는 모습이다.
한나라당 지도부의 고민은 우선 지난달 7일 발생한 한총련의 미군 장갑차 점거 사건이 이미 한달이나 지나 국민의 기억에서 잊혀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다 단순한 경비 책임을 물어 장관 해임카드를 꺼낸 것이 자칫 ‘도끼로 닭을 잡는 것 아니냐’(이재오·李在五 의원)는 비판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실제 지난달 19일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선 소장파들로부터 해임건의안 카드의 무용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따라서 이런 비판을 감수하고 당 지도부가 김 장관 해임건의안 공세의 고삐를 다시 잡고 나선 데 대해 당내 복잡한 사정을 진화하려는 ‘대내용 카드’란 분석이 설득력 있게 나오고 있다.
우선 최병렬(崔秉烈) 대표-홍사덕 총무 체제가 아직 확고한 뿌리를 내리지 못한 점이 지적된다. 최 대표는 취임 초부터 ‘투쟁과 대화’라는 ‘투 트랙(two track)’ 전략을 내걸었지만 그동안 뚜렷한 가시적 성과를 올리지 못했고, 이에 따라 당내 강경파는 최 대표의 지도력을 비판해왔다. 실제 홍준표(洪準杓) 의원 등 강경그룹은 “해임건의안 표결이 부결되면 홍 총무 등에 대한 탄핵에 나서겠다”고 지도부를 압박해왔다.
여기에다 ‘60세 이상 퇴진론’을 둘러싼 당내 세대간 갈등의 불씨가 잠복해 있는 점도 대여강경 자세를 부추기는 요인 중의 하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이 국회에 낸 건의안에 명시한 해임 사유는 치안을 담당하는 주무장관으로서 한총련이 △노 대통령의 광주 5·18 묘역 기념식 참석을 저지한 것(5월 18일)을 막지 못했고, 한총련의 △미군부대 침입 및 성조기 소각(7월 25일) △미군사격장 진입 및 장갑차 점거시위(8월 7일) △한나라당 지구당 연쇄 기습 공격(8월 2일 이후 계속됨) 등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으며 대구 유니버시아드에서 북한기자단의 시민단체 회원 폭행을 방치한 것 등이다.
또 김 장관이 노 정권의 핵심 실세인 데다 선거 주무장관이라는 점도 해임건의안의 배경이다.
따라서 최 대표 진영까지 지난 주말부터 적극적으로 내부 표 단속에 총력을 기울이고 나선 것도 자칫 해임건의안이 부결될 경우 책임론 등을 둘러싸고 당 내분이 격화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번 해임건의안 강공은 내년 총선을 앞둔 주도권 싸움의 성격도 짙다.
정국 주도권을 잡지 못할 경우 민주당의 신당논의와 정계개편의 파고에 한나라당의 존재감이 매몰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당내에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 장관이 노 정권의 핵심실세인 데다 선거 주무장관이라는 점도 해임건의안의 또 다른 배경이다. 이와 관련해 홍 총무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시민단체에 내년 활동예산비를 대폭 늘려 지원키로 한 것은 총선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