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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에서]주성원/연극에 '용퇴론'은 없다

입력 | 2003-09-02 18:45:00


1일 저녁 서울 대학로. 월요일은 몇몇 연극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소극장들이 쉬는 날이라 그런지 거리는 썰렁했다. 하지만 극단 여인극장의 ‘반가워라, 붉은 별이 거울에 비치네’가 공연 중인 문예회관 소극장에는 의외로 관객들이 많았다.

이날 객석에서 배우 오영수씨(60)와 마주쳤다. 다음주 국립극장에서 개막하는 ‘문제적 인간, 연산’에 노(老)대신 역으로 출연하는 그는 “모처럼 연습이 일찍 끝나 연극하는 친구들과 함께 극장을 찾았다”며 “가끔 연극인들끼리 모여 연극도 보고 회포도 푼다”고 말했다.

‘반가워라…’는 올해 고희를 맞은 강유정씨의 연출작. 막바지 연습에 바쁜 오씨가 극장을 찾은 데는, 사실 이 원로 연출가에 대한 ‘응원’의 의미가 담겨 있는 셈. 한 공연기획자는 “원로 연극인들이 극장을 찾아 무언으로 격려하는 장면을 드물지 않게 본다”고 말했다.

연극은 문화예술계 중에서도 유독 원로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문제적 인간, 연산’에 출연하는 장민호씨(79)나 백성희씨(78)에 비하면 오씨에게 ‘원로’라는 표현을 붙이기도 쑥스럽다. 노익장을 과시하는 연출가들도 많다. 임영웅씨(69)는 요즘도 산울림 소극장에서 대표작인 ‘고도를 기다리며’를 올리고 있고, 권오일씨(71)는 5월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언젠가 40대의 한 연출가는 “다른 분야에 가면 나도 중견인데, 벌써 10년 넘게 언론으로부터 ‘차세대’ 연출가라는 평을 듣는다”며 농담처럼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차세대’라는 꼬리표가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원로들이 젊은 사람들 못지않게 왕성하게 활동하는 모습이 존경스럽다고 덧붙였다. 원로 스스로가 끊임없이 자신과 후배들을 독려하면서 연극에 대한 한결같은 사랑과 헌신을 보여주는 모습은 우리 사회의 다른 분야에서도 본받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