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슬람 신자들이 정치세력화를 선언했다. 9·11테러 이후 받아온 ‘박해’를 대선을 이용해 풀겠다는 의도다.
미 이슬람 지도자들은 1일 시카고에서 북미이슬람협회 회의를 열고 100만명의 무슬림(이슬람 신자)을 유권자로 등록시키는 한편 대선 후보들의 민권정책에 따라 지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이슬람 관계 평의회’ 니하드 아와드 회장은 이날 “이슬람이 본때를 보여줄 때가 왔다”며 “이 나라의 (이슬람에 대한) 증오에 우리의 미래와 운명을 맡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수천명의 청중은 지도부의 선창에 따라 “나는 미국인이다, 나는 무슬림이다, 나는 투표한다”고 외쳤다.
최대 600만명으로 추산되는 미국의 이슬람 신자들은 2000년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후보를 지지했으나 9·11테러 이후 미 정부가 이슬람 신자 수백명을 구금하고 테러단체와 연계 의혹이 있는 자선단체를 강제로 폐쇄하자 크게 반발했다.
지난달 부시 대통령이 반(反)이슬람주의자로 유명한 대니얼 파이프스 박사를 미국평화연구소 이사장으로 임명한 것도 이들의 정치세력화를 부추겼다.
미국의 이슬람 신자들은 대부분 고등교육을 받은 전문직업 종사자인데다 선거자금 동원 능력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