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라스베이거스에 이르는 483km 구간에서 대규모 무인자동차 경주대회가 열린다. 사람의 탑승도, 원격조종도 안 된다. ‘로봇자동차’가 스스로 상황을 판단해 장애물을 피해가야 한다. 10시간 안에 완주해야 하며 연료 보충이나 타이어 교체도 안 된다. 우승상금은 100만달러. 대회를 주관하는 곳은 미 국방부 산하 국방첨단연구기획청(DARPA). 이 기관의 연구과제는 공상과학영화에서 바로 가지고 온 듯 첨단을 달린다. DARPA의 ‘공상과학’은 초정밀 유도탄처럼 현실화되기도 하지만 도덕이나 통념을 넘어서는 위험한 구상도 있어 비난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DARPA는 논란 제조소=최근 DARPA의 정보인식연구소(IAO)가 추진해 온 테러정보인식(TIA)시스템이 의회에서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TIA시스템 구축 계획은 테러정보를 사전에 포착하기 위해 수백만 미국인의 상업적 거래명세와 개인정보를 읽어 내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려는 것.
민주 공화 양당이 모두 사생활 침해를 내세워 강하게 반발해 관련 예산도 삭감될 것으로 보인다. IAO를 이끌던 존 포인덱스터 소장은 지난달 29일 사임했다.
발표 하루 만에 철회된 ‘테러 선물시장’도 IAO의 작품. 어떤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돈을 거는 이 시스템은 선거 결과나 기업의 매출을 예측할 때 활용하는 기법이다. 그러나 테러를 도박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 테러조직이 거짓정보를 흘려 역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때문에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상상을 초월하는 첨단연구들=DARPA는 1958년 옛 소련이 스푸트니크 위성을 발사하자 이에 자극받아 설립된 ‘첨단연구기획청(ARPA)’이 시발점이다. 당장 적용 가능성이 희박해도 미래의 핵심 군사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면 일단 연구대상이 될 수 있다.
이번 로봇자동차 경주대회에는 미래 군사기술의 핵심 중 하나인 무인차량 제어기술이 총동원된다. 황당해 보여도 사실상 군사적으로 중요한 행사인 셈이다.
DARPA는 끈끈이발을 가진 도마뱀의 발바닥을 이용해 벽을 타고 오르는 소형로봇을 개발 중이다. 뇌의 절반씩만 잠드는 돌고래를 연구해 군인들이 24시간 내내 잠자지 않는 방법도 개발하고 있다.
최첨단 연구를 위해 DARPA는 고용과 연봉조정에 재량권을 갖고 있어 최고의 연구진을 ‘모셔’온다. 포인덱스터 전 IAO 소장을 영입한 것도 파격적이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국가안보보좌관이던 그는 의회에서 거짓 증언한 혐의로 물러난 인물. 그러나 DARPA의 토니 테더 청장은 도덕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그를 자신의 연봉과 같은 액수인 14만달러를 주면서 영입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