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의 소방차 주차공간은 꼭 확보해두세요.”
2일 울산 남구 야음동 동부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15명의 사상자가 난 것은 고층 아파트 진화용 소방차가 주차할 수 없어 피해가 컸다는 것이 울산시 소방본부의 설명이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아파트가 갈수록 고층화되고 있으나 주민들이 아파트 단지에 차량을 2, 3중으로 주차해둬 이번 경우처럼 고층 아파트 진화용 소방차가 출동해도 아파트 단지 내에 진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오전 0시 31분 부인의 가출을 비관한 김모씨(44)가 자신의 13층 아파트 거실에 시너를 뿌린 뒤 담뱃불을 붙이다 불이 나자 울산남부소방서는 6분만에 소방차 27대를 현장에 출동시켰다.
그러나 총 1500여가구의 대단지인 이 아파트는 주민들의 차량 때문에 고층 아파트 진화용 고가사다리차량 진입이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소방대원들이 옥내 소화전을 들고 직접 올라가서야 13층에서 15층까지 번진 불을 약 30분만에 진화하는데 성공했다.
또 이날 주민들은 아파트 옥상으로 대피해 구조됐지만 대부분의 아파트에서는 ‘범죄와 투신자살 방지’를 내세워 옥상 출입문을 폐쇄해 화재 발생시 주민들이 제 때 대피할 수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울산 남부소방서 화재조사 담당 김태완씨(소방위)는 “고층 아파트 진화를 위해 사용되는 고가사다리차는 물탱크와 펌프차가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아파트는 이런 공간이 없다”며 “고층아파트에는 고가사다리차 주차 공간 확보를 의무화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울산소방본부에는 현재 일반 소방차 130대와 함께 고가 사다리차(최대 살수 높이 52m) 4대와 굴절 사다리차(〃 10m) 3대, 화학소방차 등 화학공장 진화용 소방차 10대 소방헬기 1대 등을 보유하고 있다.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