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총무원장 스님 협박’ 기사를 1면 톱기사로 실었다가 전량 폐기된 9월 2일자 불교신문(아래)과 기사를 바꾼 뒤 같은 날짜로 다시 제작된 불교신문.사진제공 동아닷컴
불교 조계종 기관지 ‘불교신문’이 ‘북한산 관통도로 건설 문제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인사가 총무원장 법장 스님을 협박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린 신문을 제작했다가 배포 직전 전량 폐기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또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불교신문 사장 현응 스님과 부사장 성관 스님, 주간 현고 스님이 사직서를 냈다.
불교신문측은 “2일자로 발행 예정이던 신문의 1면 톱기사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 지난달 30일 배포 직전 모두 폐기하고 다른 기사로 교체한 뒤 인쇄해 배포했다”고 밝혔다.
불교신문은 폐기된 2일자 신문에 불교환경연대(상임대표 수경 스님)의 성명을 인용해 “북한산 문제로 청와대의 뜻을 전달하던 여권의 재가 불자가 불교계의 협조 문제를 얘기하면서 총무원장 스님에 대한 정치적 보호를 운운했다”며 “이 같은 발언은 만일 불교계가 청와대 요청을 수용하지 않으면 협박하겠다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는 기사를 실었다.
이와 관련해 총무원 기획실장이자 불교신문 주간인 현고 스님은 2일 해명 자료를 내고 “사실 확인 결과 청와대가 (총무원장 스님의 보호를) 제의해온 것이 아니라 한 재가 불자가 ‘불교계가 협조해 주면 원장 스님을 잘 모시도록 청와대에 협조 요청하겠다’고 제언한 것이었다”며 “이를 잘못 전해들은 불교신문 관계자가 사실과 다르게 기사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재가 불자가 ‘불교계와 잘 협조해 북한산 문제를 해결하는 게 좋겠다’고 건의해 ‘검토해 보겠다’고 답변한 것이 전부”라며 “정치적 보호 운운은 전혀 언급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