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리그에 진출한 ‘이꾸라지’ 이천수(22.레알 소시아드).
이천수는 지난 31일(한국시간) 에스파뇰과의 개막전에서 절묘한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상대 골키퍼 키를 넘기는 재치있는 로빙슛이 골문으로 향하는 순간 동료 선수인 코바체비치의 발끝을 거치면서 어시스트로 기록된 것.
항간에서는 이천수가 골을 도둑맞았다는 표현까지 쓰면서 분개하기도 했다.
코바체비치는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
여기에는 두가지 요인이 작용한다.
첫번째는 가만히 놔두면 골로 연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코바체비치의 판단.
사실 이천수의 로빙슛은 골문을 향하고 있긴 했으나 속도가 느려서 코바체비치가 건드리지 않았다면 상대 수비진이 걷어냈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간파한 코바체비치가 팀을 위해 확실한 마무리를 했던 것.
하지만 이천수의 슛을 내버려뒀어도 골의 가능성은 있었다.
코바체비치가 볼을 건드린 두 번째 이유는 연봉과도 관계있다.
코바체비치는 레알 소시아드의 주전 골잡이인 니하트와 투톱으로 활약이 예상되는 선수.
투톱으로서 확실하게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해야만 다음 연봉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
사실 스포츠란 것이 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남는 것은 기록뿐이다.
코바체비치가 이번 골을 포함해 올 시즌 15골을 기록했다고 가정하자.
연봉 협상에서 그가 한 시즌에 넣은 골은 15골이지 14골이라고 기록되지 않는다.
지금 당장이야 이천수가 골의 90%를 만들었다고 현지 언론이 떠들고 있지만 코바체비치의 시즌 성적에 이번 골이 당연하게 포함된다.
기록상으로 한골이라도 더 넣어야지 이천수가 가세한 스트라이커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물론 연봉 협상 과정이 까다롭고 치밀한 유럽축구 시장에서 이런 경우까지 염두하겠지만 코바체비치의 골은 골이다.
특히 그가 이번 골을 제외하고 올시즌 9골을 넣었다면 10골과 9골의 차이는 확연할 수 밖에 없다.
영리한 행동인지 영악한 행동인지 섣불리 판단할 수 없지만 치열한 생존경쟁만이 존재하는 프로 세계에서는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프로 축구 선수라면, 게다가 스트라이커라면 골에 대한 욕심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누구를 탓할 것이 아니고 스페인 리그에서 이천수가 살아남기 위해서 더욱 많은 골욕심을 부릴 필요가 있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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