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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피플]오태근-오현우, 사촌보다 가까운 이웃사촌

입력 | 2003-09-04 17:57:00

오태근(오른쪽)과 오현우는 올시즌 정규투어와 2부투어에서각각 2승씩을 올리며 최고의 시즌을 만끽하고 있다. 박주일기자


“진짜 사촌보다 더 가까워져 이젠 친 형제나 다름없어요.”

올 시즌 국내 남자프로골프에서 처음으로 2회 우승을 거둔 오태근(27·팀애시워스)은 외아들. 재미교포로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에겐 핏줄을 나눈 것처럼 가까운 동생이 있다. 국내 2부 투어인 KTF투어에서 역시 2승을 올리며 상금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재미교포 오현우(23).

이 둘은 사촌관계로 알려져있지만 실제로는 ‘남남’. 굳이 연결고리를 찾는다면 오현우 아버지의 돌림자가 오태근과 같은 ‘근’이라는 것. 항렬을 따지면 오태근이 형이 아니라 삼촌뻘이 되는 셈. 그래도 이들은 서로 사촌간이라고 하며 늘 붙어 다닌다.

오태근과 오현우는 90년대 후반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에서 이웃사촌으로 처음 만나 친해졌다. 성도 같고 해 아예 사촌을 하기로 했단다. 연습장에도 같이 다니고 집안끼리도 잘 알아 자주 식사도 함께 할 정도.

그런 ‘오 브라더스’에게 올 한 해는 최고의 시즌. 오태근은 7월 충청오픈에서 18홀 최소타 타이기록(10언더파 62타) 36홀 최소타 타이기록(15언더파) 54홀 최소타기록(21언더파 195타)을 세우며 프로 첫 승을 거뒀다. 지난달 말에는 호남오픈에서 다시 정상에 올라 시즌 상금 1억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오현우도 KTF투어에서 처음으로 2주 연속 우승을 달성하며 상금 선두를 질주해 내년 시즌 1부 투어 풀시드를 예약해 둔 상태. “가족과 떨어져 있지만 늘 같이 붙어 다녀 의지하면서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습니다. 대회 때는 서로 응원도 다녀요.” 올 여름에는 3주 동안 강원 원주 오크밸리에서 함께 합숙하며 시즌 후반부에 대비했다.

오태근은 90년대 초반 타이거 우즈(미국)를 제치고 주니어 랭킹 1위에 오른 유망주였으나 99년 프로 입문 후 한동안 슬럼프를 헤맸다. 쌍둥이 형 현석도 골프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오현우는 95년 미국으로 이민을 가 2001년부터 국내무대에서 뛰고 있지만 지난해까지 이렇다할 성적이 없었다. 올해 둘 다 부진을 털어내고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셈.

오현우는 “경험이 풍부한 형이 잘 챙겨준다. 형한테 배우는 게 많다. 특히 코스 공략과 한국 잔디의 특성에 대한 조언은 큰 도움이 됐다”고 고마워했다. 오태근 역시 “권투에서 스파링 파트너가 중요하듯 골프에서도 연습상대가 결정적인데 내게는 쌍둥이 동생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오태근과 오현우는 다시 한번 힘을 내자며 손바닥을 마주 쳤다. 오태근은 18일 개막되는 메이저대회 한국프로골프선수권대회에, 동생 오현우는 이에 앞서 15일 막을 올리는 KTF투어 6회 대회에 각각 출전해 나란히 시즌 3승을 노린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