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기획자 사환규씨(32)가 ‘2003 청주 국제공예 비엔날레’ 포스터 앞에 서 있다. 국제공예 비엔날레는 충북 청주시 사직1동에서 다음달 2일부터 19일까지 열린다. 박형준기자
‘왕의 개인소장품 관리부터 일반인을 위한 전시기획까지.’
전시기획이 단순히 미술품뿐만 아니라 음악, 이벤트, 영화 등으로 영역이 넓어지면서 큐레이터(전시기획자)의 역할도 점점 커지고 있다.
10월 2∼19일 충북 청주시 사직1동에서 열리는 ‘2003 청주 국제공예 비엔날레’의 생활공예 명품전을 책임지고 있는 사환규 전시기획2팀장(32·사진).
그가 생각하는 큐레이터는 무엇보다 예술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한다.
“외국에서는 전시기획 관련 경력이 10년은 넘어야 ‘큐레이터’라는 직함을 붙일 수 있습니다. 그만큼 많은 지식과 실무경험이 필요하죠. 하지만 그에 걸맞은 경제적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죠.”
사 팀장이 꼽은 큐레이터의 첫 번째 조건은 예술 전반과 사회, 역사, 경제에 대한 넓은 지식을 갖추고 있을 것. 또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고 비평의식도 지녀야 한다.
실무능력도 중요하다. 큐레이터는 전시 주제에 맞는 작가를 선정하고 섭외할 뿐 아니라 직접 홍보, 마케팅, 무대 설치까지 해야 한다. 영화감독이나 방송PD, 광고 기획자 등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사 팀장은 자신이 기획한 전시가 예술발전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에 직업의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작가가 작품을 창조하는 것처럼 큐레이터는 전시를 창조한다.
큐레이터가 되려면 학부과정에서 예술학 또는 큐레이터학을 전공하거나 대학원에서 미술사학, 예술학, 미학(美學) 등을 전공한 후 현장에서 3, 4년 동안 실무경험을 거쳐야 한다.
가장 좋은 실무경험은 지역과 단체에서 주관하는 미술행사에 뛰어드는 것. 사 팀장이 맡고 있는 청주비엔날레 정도의 행사는 준비기간이 1년6개월이나 되기 때문에 최고의 학습처가 된다.
사 팀장은 “최근에는 어학, 인문학 등을 전공한 대학 졸업생들도 큐레이터가 되기 위해 미학 관련 대학원에 진학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