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무회의장 밖에서 주류와 비주류측 당원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욕설을 주고받으며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안철민기자
4일 50년 전통의 민주당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사실상 두 쪽으로 쪼개졌다.
‘공식 회의’인 당무위원회의가 열린 6시간 내내 욕설과 주먹다짐이 오갔고, 그 후 신당파만의 ‘비공식 회의’에선 20분 만에 당내당(黨內黨)인 ‘신당창당주비위’가 결성됐다.
▽‘예고된 난투극’ 당무회의=이날 오전 9시경 시작된 회의는 초반부터 회의 공개 여부를 놓고 주류 비주류 양측의 고성으로 막이 올랐다. 정대철(鄭大哲) 대표가 “토론은 지난 8개월 동안 한 만큼 비공개로 표결 여부를 결정하자”고 밝히자, 비주류측 당원 50여명은 “당신이 뭔데 나가라고 하느냐”고 맞서 회의는 공전됐다.
점심식사 후 오후 2시에 재개된 회의는 주먹다짐까지 벌어지는 난투극으로 변했다. 오후 3시45분경 정 대표가 “더 이상 타협은 어렵기 때문에 표결 처리하겠다”며 의사봉을 두드리자, 양 옆에 앉아 있던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과 정균환(鄭均桓) 총무가 정 대표의 두 손을 각각 붙들었다.
흥분한 비주류측 당직자 30여명이 “막아” “죽여”라며 정 대표 쪽으로 몰려들었고, 이 과정에서 정 대표 주변의 주류측 당직자 20여명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정 대표가 보좌진의 보호를 받으며 회의장을 빠져나가자, 비주류 당직자들은 신당 강경파 신기남(辛基南) 의원을 향해 “저 ×× 죽여”라며 달려들어 물을 뿌리고, 멱살을 잡았다. 역시 신당파인 이미경(李美卿) 의원은 한 여성 당직자에게 뒤에서 머리채가 잡히는 봉변을 당했다.
4시40분경 정 대표는 결국 산회를 선포했다. 회의 직후 범 신당파인 김근태(金槿泰) 고문은 “민주당의 부끄러운 모습에 대해 국민에게 석고대죄한다”며 곧바로 당무회의장에서 사흘간의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일사천리 창당주비위=당무회의 직후인 오후 5시20분부터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는 신당파의 ‘국민통합신당창당주비위 결성식’이 열렸다. 신당추진모임 의장인 김원기(金元基) 고문의 인사말→창당주비위 결성 동의→주비위 위원장으로 김 고문 선출→대국민 성명서 발표 등의 순서로 진행된 결성식은 20분 만에 끝났다. 그 후 원내외 60여명의 참석자들은 약 1시간 반 동안 비공개로 창당주비위의 진로와 민주당 탈당 시기 등을 논의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이강철(李康哲) 민주당 대구시지부장 내정자는 행사장에서 “박상천 최고위원이 ‘창당주비위는 해당(害黨)행위인 만큼 징계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기자들이 전하자 “미친 × 아니냐”며 막말로 응수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