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최근 2004년 1월부터 시행할 출산과 보육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정책안을 발표했다. 재경부의 이번 정책은 출산과 자녀 양육이 여성과 개별가족만의 책임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문제라는 인식을 보여주는 것으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정부는 차제에 교육인적자원부 노동부 보건복지부 등과 공동으로 복지 노동 조세정책과 연계된 획기적 가족정책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남녀의 맞선기회 제공에 정부 예산을 지원하는 등 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은 평균 출생아수) 저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일본의 출산율은 1.33이다. 우리보다 훨씬 오래 전에 출산 장려 정책을 실시했던 프랑스가 1.89, 미국은 2.0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17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획기적 정책 전환이 없는 한 우리나라 출산율은 앞으로 1.14 정도로 더욱 낮아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출산율 저하는 비단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열악한 교육환경과 취약한 복지정책 아래에서 높은 자녀양육비 부담이 젊은 부부들로 하여금 출산을 망설이게 한다. 여성취업에 대한 높은 장벽, 보육제도의 미비, 만혼 등도 그 요인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인구 고령화 또한 사상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65세 이상 고령자의 비중이 전체 인구의 7%에서 14%로 증가하는 데에 115년이 걸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 기간이 19년에 불과해 늦어도 2019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에 이를 전망이다.
이처럼 높은 비중의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는 나아가 노동시장의 불균형을 초래한다. 전체 인구에서 생산가능인구의 비율이 감소하게 되며, 이에 따라 각종 사회보험과 연금 등 복지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노동시장의 균형과 복지제도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출산과 보육에 대한 국가의 정책적 개입이 불가피하게 되는 것이다.
재경부에서 내놓은 방안은 6세 이하 영유아를 부양하는 근로자에 대해 소득공제한도를 기존의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올리고, 여성근로자에 국한됐던 적용대상도 모든 근로자로 확대했다. 이는 자녀출산과 양육이 여성만의 책임이라는 기존의 시각에서 벗어나 사회와 국가가 공동으로 부담해야 할 문제라는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현재 취학 전 아동을 둔 근로자의 영유아 보육비용에 대한 소득공제액을 현행 연간 1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인상하고, 기업이 직장 내 보육시설에 투자할 경우의 투자세액 공제율을 현행 3%에서 7%로 올린 것도 상당히 의미 있는 진전이랄 수 있다.
이번 조치로 현재 답보상태에 있는 직장 내 보육시설 설치가 더 많은 기업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동시에 정부의 이런 유인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근로자 보육 문제에 무관심한 기업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불이익을 주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로 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필수적이다. 여성노동은 그중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다. 이제 출산과 보육은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관건이 되고 있다.
장하진 한국여성개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