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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파트 - 아바스, 40년 동지가 政敵으로

입력 | 2003-09-04 18:31:00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가 40여년간 생사고락을 함께 해온 야세르 아라파트 수반에 맞서 ‘배수진을 친 권력투쟁’에 나섰다.

아바스 총리의 측근인 나빌 아므르 공보장관은 4일 “아바스 총리가 의회에 출석해 신임투표를 요구한 뒤 불신임 받으면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아바스 총리는 4월 30일 취임 이후 온건노선을 걸어왔다.

아바스 총리는 신임투표를 통과하면 아라파트 수반이 장악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보안군의 통제권을 요구할 예정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아라파트 수반이 2일 “미국이 중재한 중동평화 로드맵(단계적 이행안)이 최근 잇따른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침공으로 끝나버렸다”며 강경 방침을 밝힌 뒤 나온 것이다.

아라파트 수반은 하마스 이슬람지하드 등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에 대한 아바스 총리의 영향력이 한계를 드러내자 국정 주도권을 회복하려 하고 있다.

아라파트 수반은 자신이 20개월 넘게 라말라의 자치정부 청사에 연금돼 있는 것과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연내에 추방하겠다고 위협하는 것 등을 미국과 이스라엘의 지지를 등에 업은 아바스 총리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아바스 총리와 감정적으로도 대치하고 있는 상태.

뉴욕타임스는 아라파트 수반이 팔레스타인 의회(85석)를 사실상 장악하고 있지만 아바스 총리에 대한 불신임을 추진하기보다는 타협할 것으로 전망했다. 독재체제 구축이라는 외부의 비난이 쏟아질 것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정·관계와 학계의 지도자들도 2일 두 사람의 화해를 촉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권력투쟁을 해결하는 열쇠는 일단 아바스 총리가 쥐고 있는 셈이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