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노조 경영’을 유지해온 삼성그룹 계열사의 일부 직원들이 노조 설립신고서를 제출해 처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물산 유통본부 산하 삼성플라자(백화점) 분당점 직원 3명은 지난달 25일 설립 총회를 연 뒤 1일 경기 성남시에 노조 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시는 2일 “사측에 확인한 결과 3명 가운데 위원장으로 등록한 한모씨(45)와 사무국장 이모씨(43) 등 2명이 경리파트에 근무해 조합원 자격이 없다”며 신고서를 반려했다. 현행 노동조합관계법은 직원 2인 이상이 신청하면 노조 설립이 가능하지만 경리 인사 후생 노무관리 등 사용자를 위한 업무를 직접 담당하는 직원의 경우 노조 가입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씨 등은 “한씨와 이씨는 유통지원팀 경리파트에 소속돼 있으나 실제 업무는 배송과 물류센터 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며 한국노총 관계자 40여명과 함께 3일 성남시를 항의 방문해, 반박자료와 함께 다시 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씨는 물류센터장으로 회계와 경리업무를 포함해 센터 관리를 총괄하고 있고 한씨 역시 지난달까지 인사기획팀에서 일했기 때문에 조합원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시는 4일 오후 노조원 자격문제와 관련해 노동부 성남지방노동사무소에 질의하는 한편 삼성플라자 사용자측과 한씨를 불러 양측의 주장을 들은 뒤 시 고문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5일 신고서 접수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시가 노조 설립을 허용할 경우 삼성플라자는 삼성그룹에서 노조가 있는 유일한 계열사가 된다. 신라호텔 직원 4명이 3월 노조 설립 신고서를 관할 구청에 냈다가 이틀 만에 자진 취하하는 등 지금까지 삼성 계열사에서 여러 차례 노조 설립 움직임이 있었으나 모두 흐지부지됐다.
성남=이재명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