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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낙태醫살해 前목사 사형집행

입력 | 2003-09-05 00:48:00


낙태시술을 한 의사와 그의 경호원을 살해한 한 목사에 대한 사형집행이 3일 플로리다주 교도소에서 이뤄지면서 낙태를 둘러싼 미국내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1994년 낙태 시술을 한 의사와 그의 경호원을 총기로 살해해 플로리다 주립 교도소에 수감돼 온 전 장로교 목사 폴 힐(49·사진)의 사형이 이날 오후 집행됐다. 플로리다교도소 관리들에 따르면 힐 전 목사는 이날 오후 6시(현지시간) 교도소에서 독극물 주입 방식으로 사형됐다.

힐 전 목사는 사형이 집행되기 직전 최후 진술을 통해 낙태 반대 운동가들에게 “나를 따르라”고 촉구했다. 그는 자신의 죄를 전혀 뉘우치지 않았으며, 오히려 “하나님에게서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교도소측은 전했다.

이번 처형에 앞서 낙태 반대 운동가들과 사형 반대론자들은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에게 그의 사형을 취소해 줄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부시 주지사는 “주 관리들과 판사에게 보낸 협박편지 때문에 처형이 취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부시 주지사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친동생이다.

AP통신은 힐 전 목사의 처형으로 낙태 반대론자들이 그를 순교자로 추앙하면서 제2, 3의 극단적 행동을 저지를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대다수 낙태 반대론자들과 교회는 힐 전 목사의 살인행위를 극단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있지만 일부 지지자들은 그가 낙태 시술 의사를 살해한 행위는 ‘천국행 영광’을 안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힐 전 목사에 대한 사형이 집행되는 동안 교도소 밖에서는 10여 명의 낙태 반대 운동가들과 사형 반대론자들이 모여 그를 영웅으로 칭송하며 찬송가를 부르기도 했다. 전미(全美)낙태연맹의 비키 사포르타 회장은 “또 다른 폭력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보여 매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힐 전 목사는 1994년 플로리다주 펜서콜라의 한 산부인과 병원 앞에서 낙태 시술 의사인 존 브리튼과 그의 경호요원 제임스 배럿을 총으로 살해한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았으며 자신의 교회에서도 쫓겨났다.

그에 앞서 펜서콜라에서 낙태 시술 의사를 살해한 마이클 그리핀은 무기징역형에 처해졌으며 1994년 보스턴에서 낙태시술 병원의 안내원 2명을 살해한 존 살비는 2년 뒤 교도소에서 자살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