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인 홍콩인 베이징인/공건 지음 안수경 옮김/270쪽 1만1000원 사과나무
베이징 사람은 정치에는 관심이 많지만 장사 솜씨는 형편없다. 지역간 라이벌 의식이 강해 특히 상하이나 광둥 사람을 칭찬하는 일은 금물이다.
상하이인은 거래할 때 1위안 단위까지 따진다. 회사의 상사들은 위계질서를 중시한다. 상하이 출신자로만 팀을 이루려는 배타성도 강하다.
홍콩인에게 “당신은 중국인입니까” 하고 묻는 것은 금물이다. 공적인 일이나 관혼상제에는 돈을 아끼지 않지만 장사에서 손해를 보는 일은 결코 없다.
중국인이라고 다 같은 중국인이 아니다. 22개 성, 4개 직할시, 5개 자치구, 2개 특별행정구의 사람들이 제각각 성격과 기질이 다르다는 것.
산둥성에서 태어난 저자 공건이 허베이성과 산둥성에서 공부하고 베이징에서 기자로 일하면서 전국을 발품 팔아가며 돌아다닌 끝에 얻은 정보다.
물론 공통점도 있다.
중국인은 체면을 목숨보다 소중히 여긴다. 중국의 일본계 공장에서 중국인 종업원이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동료들이 보는 앞에서 공장장이 ‘바보 같은 놈’이라고 망신을 주었다는 것. 공장장은 종업원만 살짝 불러 주의를 주었어야 했다.
중국인은 둘러가는 것을 싫어한다. 중국인과 계약할 때는 ‘인사방문’이 아니라 ‘계약방문’을 해야 하고 날씨 얘기로 에둘러가지 말고 본론부터 곧바로 이야기해야 한다.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빈틈없는 일본의 계약서를 보고 화를 낸다. 일본의 계약서에 사용되는 법률 내용이나 규정을 보고 자기를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심의 표현으로 받아들인다. 중국인들에게 계약이란 ‘합의서’로 시작해 ‘각서’를 거쳐 최종 단계인 ‘계약서’에 이르는 과정이다.
또 빈말을 해서도 안된다. ‘적극 검토하겠다’는 인사성 발언을 중국인들은 “실제로 그렇게 실행할 것이다”로 받아들인다.
17년간 일본에 살면서 중국에 진출하려는 일본 기업들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해온 저자는 실제 사례를 들어가며 외국인들이 흔히 범하기 쉬운 실수들을 짚어준다. 일본인 기업가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어서 일본 기업 사례를 들고 있지만 ‘일본’을 ‘한국’으로 바꾸어 읽어도 무방하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