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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책]“1318 사로잡기, 200쪽 넘기지 말라”

입력 | 2003-09-05 17:54:00

대입시험 제도의 변화 이후 독서가 강조되는 분위기라 청소년 출판의 수요는 커졌지만 독자 눈높이에 맞는 기획은 이제 출발단계다. 학교 도서실에서 책을 읽고 있는 학생들.동아일보 자료사진


청소년 책 르네상스는 과연 올까.

이번 주 푸른숲에서 새로 기획한 청소년도서시리즈의 제1권 ‘삐딱하고 재미있는 세계탐험이야기’가 출간되는 데 대해 출판사들과 중고교에서 독서지도를 해 온 교사들은 그 반응을 주시하고 있다. ‘삐딱하고∼’의 향방이 현재 청소년 책을 기획하고 있는 여러 출판사들의 행보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생까지를 타깃으로 청소년 책을 출간하는 출판사들은 사계절, 바다, 뜨인돌, 문원, 문학과지성사, 창작과비평사, 양철북, 해나루, 동녘, 비룡소, 시공사, 김영사, 신원, 우리교육 등.

이른바 ‘1318 책’으로 불리는 청소년용 도서의 중요성이 강조된 것은 대입시험이 수학능력시험체제로 전환된 1994년부터. 출판계로서도 한동안 ‘황금알을 낳던’ 아동책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를 넘어 청소년 출판을 개척하지 않고는 활로가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간간이 ‘반갑다 논리야’ ‘철학에세이’ ‘거꾸로 읽는 세계사’ 등의 베스트셀러가 나온 것을 제외하고는 청소년 책 시장의 성장 속도는 더딘 편이었다.

그 이유는 푸른숲이 시리즈 기획단계에서 서울지역 9개교 중학생 9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책을 살 때 눈여겨보는 부분을 각각 교사와 학생에게 물은 결과 교사는 소재와 주제의 참신함→눈높이→저자의 시각→학교 공부와의 관련 정도 순으로 우선순위를 꼽았지만 학생들은 표지→제목→재미→눈높이 순이었다.

푸른숲의 박창희 청소년 교양팀장은 “청소년들의 이런 독서 행태를 고려해 ‘삐딱하고∼’는 원래 그림이 흑백이었지만 색을 입혔고, 문장도 가급적 단문으로 길이는 두 줄을 넘기지 않도록 번역했다”고 밝혔다. 출판전문지 ‘북페뎀’에 현장경험을 기고한 안광복 서울 중동고 도서관 총괄담당 교사도 “학생들의 독서지구력을 감안할 때 A4용지 3, 4쪽 분량이 청소년 도서의 한 꼭지 분량으로 적당하고 총 200쪽은 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청소년 출판기획자들이 최근 주목하는 성공사례는 김영사의 ‘앗! 시리즈’와 뜨인돌의 ‘노빈손 시리즈’. 만화가 이우일의 그림이 곁들여진 노빈손 시리즈는 98년 첫 권이 출간돼 12권까지 나왔으며 7월 100만권 판매를 돌파했다. 주 독자층은 초, 중등학생. 뜨인돌의 박철준 기획실장은 “ ‘노빈손’의 특징은 만화가 있어 유머스럽고, ‘노빈손’이란 캐릭터 덕분에 아바타, 캐릭터 등에 익숙한 청소년 독자들에게 시각적 기억을 남겼으며, 가족들이 두루 볼 수 있어 굳이 ‘청소년용’이라는 장르를 붙이지 않아도 됐던 점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은령기자 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