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대학내 첫 학제간 역사연구소 서울대서 17일 개소

입력 | 2003-09-07 18:38:00


국내 대학에서는 처음으로 서울대에 학제간 역사 연구를 수행하는 전문 역사연구소가 설립된다. 17일 문을 여는 ‘서울대 역사연구소’는 인문 사회 자연계 등 여러 단과대 교수들이 공동으로 국제사 비교사 과학사 등 학제간 연구를 진행,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대는 미국의 하버드대 스탠퍼드대와 영국 프랑스의 몇몇 대학 부설 역사연구소들을 모델로 연구소 체제를 설계했다. 초대 소장을 맡은 인문대 동양사학과 이성규 교수는 최근 “역사 연구에서 학제적 협력과 거시적 접근 방법을 강조하는 국내외 역사학계의 새로운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연구기관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 연구소에서 교수들은 기존의 지역별 분과 체제를 넘어 국제사, 비교사, 역사이론 및 교육 등 3개 연구부로 나누어 공동작업을 펴나갈 계획이다. 국제사는 서양사학과 배영수 교수, 비교사는 외교학과 장인성 교수, 역사이론 및 교육은 역사교육과 양호환 교수가 연구부장을 맡았다.

3명의 연구부장 외에 국사학과 김인걸, 동양사학과 김호동, 서양사학과 최갑수 교수 등 모두 6명의 운영위원들이 각종 발표회, 해외학자 초빙 강연회, 일반인 대상 강연회 개최와 연구총서 간행 등의 업무를 주도해 나가기로 했다.

국제사 연구부장을 맡은 배영수 교수는 “그동안 사학계열 교수들간에 집담회 형식의 모임은 있어 왔지만 일본의 ‘새 역사 교과서’ 파동으로 본격적인 공동연구 작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국사를 폭넓은 시각에서 이해한다면 일본의 국수주의적 역사해석에 근본적인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교사 연구부장인 장인성 교수는 “인문학이나 사회학 모두 연구축적을 위해서는 역사가 기반이 돼야 하는데 사회과학 연구자들이 역사를 소홀히 해온 경향이 있었다”고 반성했다. 특히 한국외교사의 경우 역사학자들에게만 맡겨두는 경향이 있었지만 역사적 특수성을 감안하면 유럽학계에서처럼 외교학자들이 역사를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외교 정책을 과거 역사와의 연속선상에서 성찰한다면 쉽게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이론 및 교육 연구부에서는 중고교와 대학에서의 역사 교과목 설정과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역사교육 등을 연구할 계획이다.

연구소는 모두 45명의 겸임 연구원을 위촉했다. 이 중에는 인문대와 사범대의 역사 관련학과 교수 외에도 이영훈(경제학부) 강정원(인류학) 홍성욱(생명과학부) 전봉희(건축학과) 정영목(서양화) 정긍식(법학부) 황상익(의대) 등 법대 자연과학대 의대 등의 역사 관련 교수들도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법대와 자연대 교수들은 △사회적 현안으로 떠오른 호주제의 역사적 변천사를 연구하거나 △인문학적 역사지식에 과학적 방법론을 더해 우주론을 연구하는 등의 학제적 접근이 전공 분야 연구에 커다란 진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연구소 소속 연구원들 가운데는 민족주의 사관을 맹렬히 비판하는 교수들도 포함돼 있어 최근 제기되고 있는 ‘국사 해체’ 논쟁과 더불어 역동적 연구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개소식에서는 국사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달 정년퇴임한 한영우 한림대 부설 한림과학원 특임교수가 강연을 한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