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어려움도 우승을 향한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7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메이저 테니스대회 US오픈 여자단식 결승. 2번 시드의 쥐스틴 에냉(21·벨기에)은 경기 당일 새벽에야 겨우 눈을 붙였다. 전날 밤 제니퍼 캐프리아티(미국)와의 준결승에서 3시간이 넘는 사투를 벌인 뒤 다리 근육 경련과 탈수 증세로 링거 주사까지 맞아야 했던 것.
출전조차 힘겨워 보였던 에냉은 그러나 결승전이 시작되자 언제 아팠냐는 듯 주무기인 강력한 백핸드 스트로크를 앞세워 같은 벨기에의 세계 1위 킴 클리스터스(20)를 2-0(7-5, 6-1)으로 완파했다. 에냉은 “믿을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이기기 위해 코트에 나섰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에냉은 올 프랑스오픈에 이어 통산 두 번째 메이저 우승컵을 안으며 100만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13세 때 어머니를 장암으로 잃은 에냉은 불우한 가정환경 속에서 어렵게 성장한 반면 클리스터스는 축구 스타 출신 아버지와 올림픽 체조 대표를 지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스포츠 2세. 기량이야 둘 다 세계 정상급이지만 승부 근성만큼은 에냉이 클리스터스보다 한 수 위였던 것. 이로써 에냉은 어릴 적부터 라이벌이었던 클리스터스에게 메이저 결승에서 2전 전승을 거뒀다. 애인인 남자 테니스 선수 레이튼 휴이트(호주)의 응원을 받은 클리스터스는 에냉보다 두 배나 많은 40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남자단식에선 톱시드 안드레 아가시(미국)를 제치는 파란을 일으킨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스페인)와 앤디 로딕(미국)이 8일 결승에서 맞붙는다. 페레로는 이번 결승 진출로 세계 1위 등극을 확정지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