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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 즐겁게][영화]코미디-액션-공포… “추석차림 푸짐하네

입력 | 2003-09-08 16:21:00


《‘추석 대박을 노린다.’ 여름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계절이라면 추석은 전통적으로 한국 영화의 대목이었다. 5일 문을 연 올해 추석 극장가의 경쟁 열기는 그 어느 해보다 뜨겁다. 한국 영화의 경우 그동안 강세를 보여온 코미디 장르에서 3편의 영화가 나란히 개봉돼 인기 몰이에 나섰다. 외화에서는 해적과 자동차를 소재로 한 오락영화가 개봉돼 치열한 흥행 싸움을 벌일 전망이다. 장르도 코미디 액션 공포 다큐멘터리로 다양하다.》

●한국 영화 3파전

‘조폭 마누라2-돌아온 전설’ ‘오! 브라더스’ ‘불어라 봄바람’ 등 3편이 치열한 흥행 대결을 벌이고 있다.

‘조폭…’은 전편의 후광에 힘입어 전국 230여개 스크린에서 상영된다. ‘오! 브라더스’는 스크린 수는 170개에 그쳤지만 시사회 호평에 힘입어 예매율에서 1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불어라…’는 김정은 김승우, 양김(兩金)씨의 스타 파워에 기대를 걸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지난해 ‘가문의 영광’으로 추석 시즌을 장악했던 ‘어제의 동지’ 정흥순 감독과 김정은이 갈라선 점이다. 정 감독은 ‘조폭 마누라2…’를 연출했고, 김정은은 ‘불어라…’의 주연을 맡았다.

조폭 마누라2-돌아온 전설

▽‘조폭 마누라2-돌아온 전설’=영화는 전편에 비해 착해진 대신 웃음이 늘었다. 영화의 모티브는 가위파의 두목 은진(신은경)의 기억상실증.

이 작품은 격투를 벌이다 빌딩에서 추락해 기억을 잃은 은진이 중국집 배달부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많은 웃음을 주려고 애쓴다.

조폭과의 격투에서 사용되던 싸움용 가위와 칼은 음식 재료를 다듬는 ‘선량한’ 도구가 됐다. 이 작품은 은진과 그를 구해준 중국집 주인 재철(박준규)의 어색한 멜로와 웃음을 보여주다 막판에 본색을 드러낸다. 은진이 기억을 찾는 순간 가위는 더 이상 주방용일 수 없다.

영화는 은진과 조폭들의 재대결을 보여주면서 비장의 카드인 은진의 액션으로 마무리한다.

오! 브라더스

▽‘오! 브라더스’=조로증(早老症)에 걸린 12세 소년 봉구(이범수)의 눈으로 바라본 가족과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극중 12세와 ‘화면 나이’ 30대의 불일치는 일차적으로 영화가 제공하는 웃음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이 작품이 데뷔작인 김용화 감독의 깔끔하고 정교한 연출도 영화를 볼 만한 작품으로 만들었다.

장르는 코미디이지만 봉구와 이복형 상우(이정재)를 중심으로 가족이라는 주제를 다뤄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이범수 이정재의 연기가 작품 속에 매끄럽게 녹아 있다.

불어라 봄바람

▽‘불어라 봄바람’=‘라이터를 켜라’를 연출했던 장항준 감독의 만화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

‘짠돌이’ 소설가 선국(김승우)과 다방 여종업원 화정(김정은)의 사랑을 코믹하게 그렸다. 아무래도 ‘재밌는 영화’ ‘가문의 영광’에서 코미디 연기로 팬들을 끌어 모았던 김정은의 연기에 눈길이 쏠린다.

●해적과 스트리트 레이서

연휴 중 개봉되는 외화들도 만만치 않다.

‘캐리비안의 해적’과 ‘패스트&퓨리어스2’는 오락 영화의 미덕인 재미를 확실하게 갖춘 작품이다.

캐리비안의 해적

▽‘캐리비안의 해적’=이 작품에 다른 제목을 붙이자면 ‘캡틴 조니 뎁’ 정도가 되지 않을까. ‘가위 손’의 조니 뎁은 히피 풍에 가까운 새로운 해적의 모습을 매력적으로 보여준다. 조니 뎁이 발산하는 매력, 제프리 러시의 카리스마가 볼 만하다. 뎁은 극중 잭 스패로우 선장으로, 러시는 반란을 일으켜 스패로우를 쫓아내는 사악한 해적 바브로사로 출연한다.

영화는 총독의 딸 엘리자베스(카이라 나이틀리)와 그녀를 사랑하는 대장장이 윌(올랜도 블룸)의 로맨스를 한 축으로, 해적을 둘러싼 전설과 모험을 또 다른 축으로 그려낸다.

전설적인 해적선 블랙 펄을 되찾으려는 스패로우는 영국군 기지를 찾았다가 물에 빠진 총독의 딸 엘리자베스를 구한다.

패스트&퓨리어스2

▽‘패스트&퓨리어스2’=‘분노의 질주’의 속편. 자동차 마니아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이다.

스트리트 레이서와 범죄조직의 대결을 그렸다. 전편에서 갱단 두목을 풀어준 오코너는 경찰 신분을 잃고 스트리트 레이서로 살아간다.

경찰은 전과자가 될 위기에 처한 오코너와 그의 친구 피어스에게 마이애미 지역 거물의 돈세탁 증거를 확보해주면 전과기록을 삭제해주겠다고 제안한다.

자동차의 퍼레이드라고 할 만큼 화려하게 개조한 튜닝 자동차와 레이싱 장면 등 볼거리가 많다.

●주온2와 영매

두 영화의 공통점은 죽음이다. 하지만 그 접근법은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적 차이 이상으로 다르다.

주온2

▽‘주온2’=옴니버스 스타일의 일본 호러 영화. 영화는 남편이 아내를 무참히 살해한 사건이 벌어졌던 집에서 출발한다.

이 저주받은 집을 고리로 서로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출연자들이 차례로 죽음을 당한다. 시미즈 다카시 감독은 전편의 성공에 힘입어 ‘주온’으로 할리우드에 데뷔한다.

영매

▽‘영매’=서울 동숭동 하이퍼텍 나다에서 개봉된 이 영화는 무당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배우 설경구가 내레이션을, 영화음악가 조성우가 제작을 맡았다. 극영화와 달리 연출되지 않은 삶 자체가 주는 감동과 눈물이 담겨 있다.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신은경-김정은 흥행대결▼

‘조폭마누라2-돌아온 전설’의 신은경 vs ‘불어라 봄바람’의 김정은.

추석 흥행대결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여전사’(신은경)와 ‘코미디 여왕’(김정은)의 캐릭터 대결이기도 하다.

TV에 비해 스크린에서 상대적으로 활동이 저조했던 신은경은 2001년 ‘조폭 마누라’로 추석 대목을 ‘접수’했다. 어느새 관객에게 익숙해진 조폭 세계의 밑그림에 ‘강한 여성’의 이미지를 접목시킨 ‘조폭…’이 예상 밖의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전국 기준으로 530만명을 기록한 것. 영화의 폭력성과 상투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지만 어쨌든 한국 영화는 ‘조폭 마누라 신은경’이라는 새로운 흥행 브랜드를 갖게 됐다. 이 작품은 할리우드에 리메이크 판권이 팔리기도 했다.

2002년 추석 시즌은 김정은의 몫이었다. ‘가문의 영광’이 510만명(전국 기준)을 기록하며 관객 몰이에 성공한 것. TV와 CF의 ‘부자 되세요’란 히트 카피로 인기를 누리던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영화배우로 자리매김하며 자신도 ‘부자’가 됐다.

영화의 부제처럼 2년 만에 돌아온 신은경은 “영화가 훨씬 가족적이고 ‘착해졌다’”며 “작품의 성격상 200만 명을 넘으면 성공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9월 말 결혼 예정인 그의 속내는 또 한번의 ‘대박’으로 행복한 허니문을 맞는 것이다.

반면 김정은은 코미디 ‘재밌는 영화’ ‘가문의 영광’에 이어 멜로 ‘나비’로 연기 변신을 시도했지만 비평과 흥행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불어라 봄바람’이 코미디 여왕의 건재함을 알릴 작품인 셈이다.

그는 “전공인 코미디로 돌아왔다”면서 “열심히 찍은 만큼 김정은의 웃음이 흥행 바람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