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수동에 있는 용수철 생산업체인 삼원정공엔 없는 것이 많다. 사장실이 없고 흔한 에어컨도 없다. 전화 교환원도 없다.
사장실은 여느 회사의 부장자리처럼 큰 사무실 한가운데 있다. 책상은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철제 사각책상이다. 손님이 찾아오면 선풍기를 켠다. 형광등은 책상 위에 하나씩 설치돼 있어 직원이 들어와 일할 때 켜고 나갈 때 끄게 돼 있다.
그렇다고 삼원정공의 살림살이가 어려운 것은 아니다. 삼원정공은 자본금이 1억원에 불과한 중소기업. 하지만 지난해 167억원 매출에 28억원 순이익을 올렸다. 올해 매출은 7∼8%, 순이익은 5%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1974년에 설립된 뒤 30년 동안 쌓아온 이익잉여금이 103억원이다. 빚은 없으며 자기자본은 150억원을 넘는다. 그것도 장부가격 기준이다. 자기자본이익률(ROE) 20%.
이 같은 실적을 누리는 비결은 무엇일까.
양용식 사장
양용식(梁龍植·56) 사장은 “20년 넘게 낭비 요인을 없애기 위해 일관되게 추진해 온 정신운동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삼원정공은 80년부터 89년까지 ‘5S운동’을 펼쳐 일상적인 낭비를 줄였다. 5S란 정리·정돈·청소·청결·마음가짐을 뜻하는 일본어의 첫 글자를 딴 것.
양 사장은 “5S 운동으로 직원들이 필요한 물건을 찾기 위해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계획한 대로 척척 해낼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이는 삼원정공이 1994년부터 ‘격주토요휴무제’를 도입해 주 근로시간을 44시간으로 줄이는 데 기여했다는 설명. 현재 근로시간은 42.5시간. ‘주5일 근무제, 주40시간 근무는 식은 죽 먹기’가 됐다.
양 사장은 “아직도 ‘주56시간 근무’의 패러다임으로 회사가 굴러갔다면 벌써 망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윤의 20%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삼원정공의 용수철 제품들.
그는 “고품질 상품을, 낮은 가격에,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공급하는 것이 ‘큰 회사’의 조건”이라며 “삼원정공은 세계 제일이 되는 큰 용수철 회사가 되기 위해 한 우물만 팔 것”이라고 밝힌다. 이윤의 20%를 연구개발(R&D)에 쓰고, 직원들의 공부를 위해 책 구입과 학원(대학·대학원 포함) 다니는 것을 모두 지원한다.
조건은 단 하나. 공부는 업무시간 외에 하는 것이다. 오전 8시부터 5시까지는 회의가 없다. 사장이 직원을 부르지도 않는다.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3000여종의 용수철을 250개 기업으로부터 주문 생산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저력이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