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네 이 저녁을
빈 깡통 두드리며
우리집 단칸방에 깡통 거지 앉아 있네
빗물소리 한없이 받아주는
눈물 거지 앉아 있네
-시집 '봄, 파르티잔'(시와 시학사)중에서
비는 새고, 깡통은 비었고, 행색은 거지가 분명한데 이상하게도 궁기(窮氣)가 흐르지 않으니 섣불리 동전 한 푼 던져줄 염도 나지 않는다. 동정은커녕 나도 발 벗고 저 곁에 앉아 우그러진 깡통 함께 두드리고 싶으니 웬일인가? 사주에 깡통거지 역마살이라도 낀 걸까?
함석지붕을 두드리며 지나가는 천군만마 빗방울 소리 잦아든 담에도 똥-땅-똥- 천장에서 떨어지는 빗물 소리 더욱 투명하다. 때로 젖은 손으로 이마를 훔치니 뚝뚝 듣는 게 눈물인가, 빗물인가.
무릇 빗물은 몸을 적시고, 눈물은 영혼을 적시는 물건인즉 세상의 눈물 빗물 다 가진 저 거지가 빈자(貧者)인가, 부자(富者)인가?
눈물거지야, 세상 울음 네가 다 울면 내 아픔은 어이 씻으며, 모래바람 버석거리는 이 사막을 눈물도 없이 어찌 건너리. 아이야, 눈물거지 마른 수건으로 닦아 불단(佛壇)에 모시고, 뜨거운 울음 한 모금 우리 가슴에 고이걸랑 공양(供養)가자.
반칠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