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가 힘들어도 추석은 추석이다. ‘민족 대이동’으로 도로가 가득 메워지고 그리운 고향에서 혈육의 정에 따스함을 느끼는 일은 전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올 추석을 맞는 서민의 표정은 유난히 어둡다. 경기 침체에다 잦은 비로 인한 흉작, 이민열풍에 이르기까지 세상이 온통 어수선한 일로 가득 차 있는 탓이다. 그뿐일까. 보다 답답한 것은 앞으로 좋아질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정부와 여당은 현재의 국정 혼란을 ‘과도기적 현상’이라며 책임회피나 할 뿐 국민이 뭘 원하는지에 대해서는 외면으로 일관하고 있는 듯하다. 추석 연휴는 활발한 민심의 소통과 교류가 이뤄지는 때다. 정부는 이번 추석에 걸러진 민심을 제대로 읽어내 국정 난맥상을 바로잡는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참여정부가 드러낸 가장 큰 문제는 김수환 추기경이 얼마 전 지적했듯이 ‘특유의 소신을 지나치게 확신하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위치해 있다. 소신은 나무랄 일이 아니지만 문제는 국민의 공감을 얻고 있느냐의 여부다.
최근 대통령을 향해 쏟아지는 각계의 ‘쓴소리’를 노 대통령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여론조사에서도 노 대통령에 대한 국민지지도가 크게 하락했음이 이미 드러나지 않았는가. 노 대통령은 추석 기간에 객관적이고 정확한 ‘민심 읽기’를 통해 자신의 소신이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얻고 있는지 겸허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국민의 고통과 한숨소리에 대해 권력 핵심인사들은 먼저 뼈아픈 반성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 최근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의 ‘쓰레기 발언’처럼 대통령 측근들이 보이고 있는 행태에는 오히려 외부 비판에 귀를 막은 듯한 오만함마저 엿보인다. 추석 민심을 알려면 ‘열린 마음’부터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을 다독이고 사회통합을 이뤄 국가적 난제들을 극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