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원전 수거물 처리센터(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유치 갈등에서 비롯된 김종규(金宗奎) 전북 부안군수 집단폭행 사건에 대해 “어떤 폭력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폭력 자제를 당부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근본 책임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정부에 있다는 지적이 여야 모두에서 터져 나왔다.
▽한나라당, “폭력 원인 제공자는 정부”=최병렬(崔秉烈) 대표는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공직자를 폭행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폭력은 자제돼야 한다”며 “(그러나) 부안 주민들이 이렇게 분노하게 된 이유를 정부가 적극적으로 살펴 헤아려야 한다”고 ‘정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도 “폭력은 안 되지만 그 원인 제공은 정부가 했다”며 “정부가 ‘(방폐장 유치 결정 이전에) 먼저 주민 설득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총무의 의견을 받아들였다면 이런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선(金映宣) 대변인은 논평에서 “치안 담당 주무장관인 김두관(金斗官) 행정자치부 장관은 도대체 어디서 뭐하고 있었느냐”며 “국가 및 사회기강이 무너지고 무정부 상황까지 오게 된 근본책임은 노 대통령과 김 장관 등 집권세력에 있다”고 주장했다.
▽정균환 총무, “노 대통령은 부안 문제 손떼라”=신당파 주요당직자가 전원 사표를 제출하는 등 분당 사태에 휩싸인 민주당은 이날 ‘공식 일정’ 하나 없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폭력은 유감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대화 설득이 요구된다”(이평수·李枰秀 수석부대변인)는 논평이 유일한 공식 반응이었다.
단 부안이 지역구인 정균환 총무는 보도 자료에서 “민주적 시위질서를 해치는 이번 사태는 부안 군민의 의사를 세상에 전하는 데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서도 “이번 충돌은 노 대통령과 부안 군민간 감정대립의 소산이기도 하다”고 ‘노 대통령 책임론’을 제기했다.
정 총무는 “노 대통령은 주민들과 적대적으로 맞서 있는 일개 군수에게 전화를 걸어 격려하고 방폐장 설치를 강행할 뜻을 여러 차례 표명해 군민을 자극했다”며 “노 대통령은 더 이상 개입하지 말고 정부는 유치 계획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