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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매미' 남부 강타]부산항 컨테이너 처리 초비상

입력 | 2003-09-13 18:06:00

쓰러진 선박호텔부산 해운대구 우동 해상선박호텔이 태풍 ‘매미’의 강풍을 견디지 못하고 옆으로 쓰러져 절반가량이 바닷물에 잠겨 있다. 부산=최재호기자


남부지방을 강타한 태풍 ‘매미’로 인해 부산항 컨테이너 처리능력의 12%가 1년 이상 마비상태에 빠지게 됐다. 이에 따라 한국 수출입 물동량(컨테이너 기준)의 10%가 차질을 빚는 등 하반기 수출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며 향후 경기회복에도 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부산항은 특히 화물연대 파업으로 중국 상하이에 세계 3대 화물처리항의 지위를 빼앗긴 데다 최근까지도 외국 선사(船社)들이 부산항을 기피하고 있어 이번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일파만파 확산될 가능성도 높다.

이와 함께 울산 동구 방어동 현대중공업에서 건조 중이던 석유화학운반선이 크게 파손돼 1000억원에 이르는 피해가 예상된다. 인근 울주군과 전남 여수공단의 석유화학공장에서도 수백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부산항=12일 오후 9시경 강풍으로 부산 남구 감만동 신(新)감만부두의 높이 100m 초대형 컨테이너크레인(985t) 7대 중 6대가 전복되면서 완전히 파손돼 5만t급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3개 선석의 기능이 마비됐다.

또 동구 좌천동 자성대부두에서는 컨테이너크레인(835t) 12대 중 2대가 전복되고 3대가 궤도를 이탈해 4개 중 2개 선석의 하역작업이 불가능한 상태다.

부산항의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 중 자성대부두는 16%, 신감만부두는 9%를 각각 처리하고 있어 당장 전체 물량의 12%가량이 차질을 빚게 됐다. 또 부산항이 한국 컨테이너 처리량의 88%를 감당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크레인 전복으로 인한 한국 전체의 물동량 피해는 10%에 이를 전망이다.

컨테이너크레인은 대당 70억원(50t 기준)이기 때문에 완파된 8대의 단순 피해액만 560억원에 이르며, 앞으로 발생할 컨테이너 하역 차질까지 감안하면 부산항의 피해액은 1000억원 이상에 달한다. 특히 1000t에 가까운 크레인 8대를 철거하는 데만 2주일 이상이 걸리며, 새로 제작해 설치하는 데는 최소 1년 2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해양부 당국자는 “태풍 피해를 보지 않은 부산항 내 다른 부두나 광양항으로 선박회사들을 유도할 방침이지만 화물을 적기에 처리하지 못하면 추가 피해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 조선소=13일 0시경 울산 동구 방어동 현대중공업에서 건조 중이던 20만t급 해상 원유시추설비를 묶어둔 밧줄이 끊어졌다. 이 설비는 표류하다 200여m 떨어진 현대미포조선 제3안벽에서 건조 중이던 3만7000t급 석유화학운반선과 부딪쳤다.

이 사고로 다음달 15일 선주인 터키의 제덴사에 인도할 예정이던 석유화학운반선이 크게 파손돼 수백억원의 피해를 보게 됐으며, 선박을 재건조해야 하는 최악의 경우 피해액은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단지=울산 울주군 온산공단 내 ㈜S오일은 12일 오후 10시부터 전력공급이 한 시간 동안 끊기면서 9개 공장의 가동이 완전 중단돼 1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울산석유화학공단 내 SK㈜도 정전으로 1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또 울산공단에 스팀을 공급하는 ㈜한주의 스팀공급 중단으로 10여개 유화공단 공장의 가동에 차질을 빚어 수십억원의 피해가 발생하는 등 울산에서만 20여개사에서 300억원 이상의 피해를 보았다.

전남 여수공단에서도 12일 오후 8시부터 한 시간 동안 정전이 되면서 금호미쓰이화학, 대성산소, 금호석유화학, LG석유화학 등 14개 공장의 가동이 중단돼 30억∼5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차지완기자 cha@donga.com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