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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포커스]청계천공사 3개월…동대문상권 변화

입력 | 2003-09-14 17:41:00


《올해 7월 초부터 시작된 청계천 복원공사가 석 달째로 접어들었다. 동대문 상권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요약하면 ‘재래시장 위축, 대형 쇼핑몰 덤덤’이다. 버스 자가용 등 지상 교통수단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청계천변 재래시장 지역은 상권이 날로 침체되고 있다. 반면 지하철 이용에 익숙한 10, 20대 고객층이 두껍고 지하철역에서 가까운 대형 쇼핑몰들은 예전과 다름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설상가상 재래시장=동대문 상가에는 ‘대포 가게’라는 게 있다. 비어있는 가게지만 빈 가게라는 표시를 내지 않기 위해 옆 상점에서 물건을 몇 개 가져다 놓은 곳이다. 재래시장 침체에다 경기악화가 겹쳐 이런 대포 가게가 늘고 있다.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8일 오후 평화시장. 상가 앞 청계천로는 차량으로 뒤엉켜 신호가 바뀌어도 거의 움직이지 못했다. 보도에는 가끔씩 행인들이 지나가고 있을 뿐 추석 선물을 사가는 사람들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다.

명암 엇갈린 상권
7월부터 ‘청계천 복원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동대문 상권에선 재래시장과 대형 쇼핑몰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재래시장에는 빈 가게가 늘어가지만 쇼핑몰엔 큰 변화가 없는 것. 동대문의 대형 쇼핑몰 두타(사진의 중심 건물)는 청계천이 복원되면 강북 상권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강병기기자

특히 의류 도매상가쪽은 공사 시작 이후 주차공간 부족 때문에 지방에서 올라오는 버스가 줄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신평화패션타운 상인연합회 주상열 부회장은 “공사가 시작되면서 버스가 안 오다보니 매출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며 “관리비도 못 내는 상인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대문은 유통상가일 뿐 아니라 ‘미싱공과 시다’로 상징되는 생산기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값싼 중국산 의류는 동대문 상가에도 대량 유입되고 있을 정도로 생산기지로서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악재 피해가는 대형 쇼핑몰=동대문운동장 건너편에 위치한 대형 패션쇼핑몰 두산타워(두타)는 청계천 복원공사가 시작된 7월에 여름 바캉스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기간 중 3만원 이상을 구입한 고객에게 사은품을 제공했는데 지난해와 비슷한 5만명이 사은품을 받아갔다. ‘공사 탓에 손님이 줄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기우일 뿐이었다. 주말과 주중 평균 주차대수도 고가도로 철거 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 회사 전창수 과장은 “경기 위축으로 손님이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공사 때문에 고객이 줄지는 않는다”며 “고객의 80% 이상이 지하철을 이용하는 10, 20대들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8일 오후 패션쇼핑몰 밀리오레에서 만난 의류매장 ‘베이직’의 김수아 사장은 “8월 매출이 7월에 비해 갑절로 늘었고 지난달 말부터 손님이 많아지고 있다”며 “추석 경기가 느껴진다”고 흐뭇해했다.

▽꿈틀거리는 기대감=서울시는 2005년 9월 청계천 복원공사 이후 동대문시장 일대를 종합패션 유통집적지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부동산 정보제공회사 유니에셋의 오석건 부사장은 “청계천이 성공적으로 개발되면 뉴타운 개발로 부상할 왕십리와 함께 강북 상권의 중심지역이 될 수 있다”며 “그러다 보니 요즘 청계천 인근 상가에 대한 문의전화가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패션쇼핑몰 ‘헬로 에이피엠’의 장제윤 기획실장은 “현재 동대문은 쇼핑몰 말고는 관광적인 요소가 없다”며 “계획대로 청계천이 개발되면 유동인구가 늘어나 쇼핑몰 입장에서는 호재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