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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2003]동북하 허브항 발돋움 상하이

입력 | 2003-09-14 17:41:00


이달 6일 중국 상하이(上海) 푸둥(浦東)지구에 우뚝 솟은 둥팡밍주(東方明珠)탑.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468m) TV송신탑인 이곳 전망대에서 바라본 상하이 항만의 첫인상은 ‘역동성’ 그 자체였다.

항만을 따라 줄줄이 서 있는 대형선박 위로 대형크레인이 끊임없이 컨테이너를 실어 나르고 있었다. 형형색색의 컨테이너 수만개가 쌓여 있는 야적장에도 수백대의 컨테이너트럭이 쉴 새 없이 들락거렸다. 배가 드나들 때마다 트럭들이 먹이를 본 개미처럼 달라붙는 듯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한동안 파리를 날렸던 부산항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상하이항(港)이 동북아시아 물류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컨테이너 물동량 기준으로 매년 30% 가까이 고속성장을 거듭하며 동북아 중추(허브·Hub)항을 표방하는 부산항을 위협하고 있는 것.

▽고속성장하는 상하이항=97년만 해도 컨테이너 처리 실적 기준으로 세계 10위권을 맴돌았다. 그러나 중국 경제발전이 가속화되면서 2000년 6위, 2001년 5위, 2002년 4위로 비약적인 발전을 하고 있다.

올 들어서는 컨테이너 처리량이 4월 이후 4개월 연속 부산항을 앞지르고 있다. 또 최근 푸둥지구에 있는 와이가오차오(外高橋)터미널의 4단계 확장공사를 마무리해 연말에는 부산항을 제치고 세계 3위 컨테이너 처리 항만이 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상하이항의 발전은 끝나지 않았다=상하이항은 수심이 얕은 기존 항만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현재 상하이 앞바다에 있는 양산다오(洋山島) 부근에 대규모 신(新)항만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상하이항 동쪽 30km 해상에 위치한 이 섬과 상하이 본토를 32km짜리 연륙교로 연결하고 항만도시를 배후에 건설하는 이 프로젝트가 2020년까지 완료되면 상하이항은 연간 2200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를 처리할 수 있는 대형 항만으로 변모한다.

강호경(姜淏庚) 현대상선 상하이 법인장은 “쏟아지는 자체화물을 소화하기에도 버거운 상하이항으로서는 부산항을 동북아 물류중심으로 육성하려는 한국 정부의 계획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흔들리는 한국의 ‘동북아 물류중심 계획’=환적화물 비중이 높은 부산항(전체 화물 비중의 40%선)으로서는 상하이항이 확장돼 칭다오(靑島) 등 다른 중국 항구에서 나오는 환적화물까지 처리하게 되면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노사분규와 높은 인건비 때문에 한국을 떠나려는 국내외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어 부산항은 환적화물과 자체화물이 함께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고 있는 동북아 물류중심 계획은 ‘안이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중국이 이미 시행하고 있는 외국기업에 대한 현금보조제나 소규모 항만 확충 계획만으로는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중국에 추월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

한국개발연구원(KDI) 고일동(高日東) 선임연구위원은 “DHL 등 세계적 물류기업들은 세계 각국에 제품조립 공장을 세워 물류망으로 운송된 부품을 조립, 공급하는 ‘고부가가치 물류’에 주력하고 있다”며 “환적 등 저부가가치 중심 물류 정책이나 항만시설 확장 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상하이=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