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부터 농업부문의 관세 인하와 보조금 감축으로 한국이 농산물시장 전면 개방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쌀처럼 민감한 품목도 반드시 수입해야 할 물량(의무수입물량·TRQ)이 늘어나 시장을 대폭 개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 칸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나흘째인 13일(현지시간) 농업, 비(非)농업 등 5개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그룹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각료회의 선언문 초안을 발표했다.
핵심 쟁점인 농업부문 초안은 △관세 상한(上限) 설정 △저율관세 TRQ 증가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이 동일한 방식으로 큰 폭의 관세 감축 △보조금 감축 및 특정 품목 보조금 제한 등을 담고 있다.
이 초안은 협상의 토대가 된 카를로스 카스티요 WTO 일반이사회 의장 안(案) 가운데 한국 일본 등이 반대했던 내용을 대부분 담고 있다.
민감한 품목에 대해 관세 상한 예외를 인정하는 조항을 새로 삽입했으나 해당 품목 수를 ‘매우 적은(very limited number of)’으로 명시해 한국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특정 품목에 지원하는 보조금을 제한해 한국이 추곡수매제도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또 개발도상국도 선진국과 같은 관세감축 방식을 적용받게 돼 설사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얻더라도 관세를 많이 내려야 한다.
초안은 협상의 양대 축인 미국-유럽연합(EU), G22그룹(인도 브라질 중국 등 농산물 수출 개도국)의 요구가 주로 반영됐다.
미국-EU는 선진국과 개도국에 동일한 관세감축 방식 적용을, G22그룹은 보조금 감축 및 철폐를 주장해 왔다.
황두연(黃斗淵)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초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농산물 시장개방에 대해 더 강경한 요구를 해 온 G22그룹도 반발하고 있다.
비농업, 싱가포르이슈, 개발이슈, 기타(규범 지적재산권) 등의 초안에 대해서는 여러 나라가 반발하고 있으나 비교적 수월하게 합의할 전망이다.
각국 대표단은 이번 선언문 초안을 바탕으로 협의를 거쳐 14일 선언문을 확정한다.
칸쿤(멕시코)=이은우기자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