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정액 속에 난소암 세포를 죽이는 성분이 있다는 사실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처음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성생활이 활발한 여성일수록 난소암에 잘 걸리지 않는 현상이 처음으로 규명됐을 뿐 아니라 난소암 치료에도 획기적인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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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액추출 '시자르' 암세포 파괴 확인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산부인과 배석년(裵錫年) 교수와 박래옥(朴來玉·여) 객원연구원은 정액에서 정자를 제거한 뒤 광물질인 아연 등 세 가지 성분을 뽑아 농축해 실험한 결과 난소암 세포를 죽이는 데 탁월한 효과를 나타냈다고 14일 밝혔다.
배 교수팀에 따르면 ‘시자르(Cizar)’로 이름 붙여진 이 물질을 상피성 난소암 세포와 정상 난소상피세포에 각각 넣어 48시간 동안 실험한 결과 난소암 세포는 81% 이상 죽은 반면 정상 세포는 37% 정도만 죽었다는 것.
배 교수는 “시자르는 난소암 세포에서 종양억제유전자를 증가시키며 암세포가 스스로 죽는 ‘세포자살’을 일으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11월 미국암연구학회, 미국국립암협회 등 3개 기구가 미국 보스턴에서 열리는 공동으로 진행하는 국제암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그동안 정액이 유방암을 억제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적은 있지만 난소암을 막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