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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통령, 여야 모두 自省해야

입력 | 2003-09-14 18:26:00


지난 추석 연휴는 어느 때보다 긴 고통의 기간이었다. 경제난으로 살림살이가 한층 어려워진 데다 태풍 ‘매미’까지 겹쳐 곳곳에서 서민의 한숨이 가득했다. 정치를 원망하는 목소리가 빠질 수 없다. 그런데도 추석 민심을 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늘 그랬듯이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이다. 더구나 올해는 여야(與野)에 여여(與與)로까지 나뉘어 서로가 제 유리한 방향으로 추석 민심을 얘기한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국가경영 리더십 부재(不在)에 대한 한탄, 정쟁만 일삼는 여야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절망을 전하는 민심의 큰 흐름마저 감출 수는 없다. “이런 식이면 다 갈아 치울 것”이라는 어느 주민의 성난 목소리는 바로 그런 민심의 경고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시스템 정치를 강조해 온 노 대통령이 집권 7개월이 다 되도록 국민에게 희망과 비전은 주지 못한 채 갈등의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모습으로 비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그래서야 분출하는 사회적 갈등에 대한 조정 통합 능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신당 싸움 끝에 분당(分黨)을 눈앞에 둔 민주당, 국정보다 정파적 이해에 매달려 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대통령과 여야 모두 어두운 추석 민심의 공동책임을 면할 수 없다.

청와대와 여야는 국민이 정치권에 얼마나 실망하고 있는지를 새삼 절감했을 것이다. 노 대통령부터 달라져야 한다. 대통령의 리더십 부재는 정치 실패를 낳고 이는 결국 국가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잘못이 있다면 솔직히 인정하고 자성(自省)할 때만이 ‘오기(傲氣) 정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정치의 요체는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것인데 지금 정치는 오히려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절망케 하고 있다. 정치권은 이제 정략적 싸움은 그만하고 경제 살리기와 민생을 챙기라는 국민의 주문에 충실해야 한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부터 그 일을 실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