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주차, 교통신호 및 속도, 안전벨트 착용 의무 위반에 대한 벌금을 폐지한다.”
인구 250만명의 멕시코 에카테페크시(市) 에루비엘 아빌라 빌레가스 시장(34.사진)은 지난달 취임 직후 혁명적인 행정명령을 경찰에 내렸다.
변호사 출신인 빌레가스 시장은 교통법규 위반을 빌미로 상습적으로 운전자를 갈취하는 경찰의 부패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음주운전과 범죄를 제외한 일상적인 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벌금을 모두 폐지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최근 소개했다.
국제투명성위원회 멕시코지부에 따르면 인구 1억명의 멕시코에서는 연간 최소한 2억건의 뇌물이 제공될 정도로 부패가 심각하다. 국민 1인당 2건꼴인 셈.
반부패문제 전문가들은 멕시코의 연간 뇌물이 국내총생산(GDP)의 9%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영석유회사 페멕스의 대표가 연간 10억달러를 뇌물로 지출한다고 밝혔을 정도.
부패가 생활의 일부가 돼버린 멕시코에서도 경찰의 뇌물수수는 가장 골치 아픈 문제로 꼽혀왔다. 교통경찰관들의 평균 월급은 420달러. 그러나 적지 않은 경찰관들이 운전자들로부터 받는 뇌물로 월 2000달러까지 부수입을 챙기는 실정이다.
에카테페크시에서는 올해 초 42명의 경찰관이 어린이들에게 마약을 판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과거에도 어린이 납치와 연쇄강도에 경찰관들이 관련된 적이 있는 등 경찰관의 부패가 특히 심각한 도시다.
빌레가스 시장은 경찰관들의 ‘수입’ 감소로 인한 타격을 줄여주기 위해 월 100달러에 해당하는 기초식품 지급량을 2배로 늘리고, 24시간 맞교대 근무를 하루 8시간 근무로 바꾸는 한편 경찰관 제복과 순찰차 수리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그는 “교통벌금 수입 감소보다는 새로운 정책으로 인한 사회적 혜택이 훨씬 크다”면서 “현재까지는 새 정책이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민들이 새 정책에 호응하지 않으면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며 “새 정책이 성공하면 건축허가제도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부패의 온상이 되는 단속 권한이나 규제 권한을 빼앗는 극약처방인 셈이다.
멕시코는 2000년 국민행동당 소속 비센테 폭스 대통령이 취임하기까지 71년 동안 제도혁명당이 장기집권하는 과정에서 부패가 전염병처럼 번졌다.
빌레가스 시장도 제도혁명당 소속이다. 제도혁명당은 대선에서 패배한 뒤 이미지 개선에 노력해 7월 중간선거에서 승리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