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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전사들@네덜란드]‘스타病’에 비틀대는 오렌지군단

입력 | 2003-09-15 18:07:00


유럽 최강 클럽에서 뛰는 톱스타들이 즐비한 네덜란드대표팀이 2004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4) 예선전에서 체코에 1-3으로 완패해 본선 진출이 어렵게 됐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42%가 네덜란드의 본선 진출 실패를 예상했다. 체코에 지기 전 네덜란드팀이 14경기 연속 무패를 달리고 있을 때 조사한 결과다. 네덜란드 축구가 이토록 신뢰를 잃은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네덜란드 축구의 가장 큰 문제를 선수들의 정신력으로 보고 있다. ‘죽기 아니면 살기로’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부족하다는 것. 여기엔 아드보카트 대표팀 감독의 잘못이 크다. 그는 웬만하면 선수들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다보니 선수들은 ‘어차피 대표팀에 뽑히겠지’하는 생각에 나태해져버렸다.

또 다른 문제는 ‘스타’들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유럽 명문 프로축구팀에서 뛰고 있는 그들은 자신들이 최고라는 자만심에 빠져 동료선수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 다비즈와 반봄멜의 갈등이 그 예다. 그들은 감독말도 듣지 않는다. 다비즈는 오스트리아전에서 왼쪽사이드를 지키라는 감독의 주문을 무시하고 중앙으로 자주 들어와 끝내 교체되기도 했다.

네덜란드 축구팬의 또 다른 불만은 아드보카트 감독의 전술이다. 팬들은 그를 ‘겁쟁이’라고 부른다. ‘결과보다 경기 내용이 더 중요하다’는 말을 할 정도로 공격축구를 추구하는 네덜란드 팬들은 양쪽 윙을 이용하는 네덜란드 특유의 전술을 원했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은 수비에 치중하는 4명의 미드필드를 고집했다.

네덜란드 축구의 아킬레스건은 수비. 스탐을 뺀 나머지 선수들은 각 클럽의 후보선수나 아예 방출된 선수들이다. 또 공격수에게 볼을 배급할 수 있는 창조적인 미드필더가 없다. 여태까지 클루이베르트가 그 역할을 맡았지만 그는 사실상 미드필더가 아닌 스트라이커다.

네덜란드는 2002한일월드컵에 참가하지 못했기 때문에 유로2004에는 꼭 진출해야 한다는 절대 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기에 팬들은 고급차나 몰고 다니며 사치에 빠져 있는 ‘오렌지군단’을 싫어한다. 대신 하루빨리 기존 대표팀의 주전선수들이 반더바르트나 로벤처럼 야심만만한 신인선수들로 교체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오렌지 군단의 유로2004 진출 희망은 꿈일 뿐이다.

최삼열 통신원 sammychoi@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