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층의 언론 상대 거액 소송이 급증하고 있다. 권력 주변에서는 대통령이 언론사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정도로 언론이 권력으로부터 독립되어 있다고 강변하는 모양이지만 언론사가 감당하기 힘든 거액 소송이 언론 자유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훨씬 높다.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는 권력자나 정부는 항상 언론의 감시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 때문에 ‘악의적인 보도’가 아닌 한 권력층이 언론에 거액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사회 어느 곳에서도 결코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두말할 것도 없이 우리나라 대통령은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막강한 권한을 누리고 있다. 행정기관도 마찬가지다. 각종 규제가 많이 줄어들었다지만 아직도 행정기관들은 얼마든지 언론기관에 대해 직간접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러한 영향력에 덧붙여 무차별 소송으로 언론 보도에 대한 불만과 공격 의사를 공개적으로 드러낼 경우 겉으로는 개인 차원의 ‘단순 소송’이라지만 그 결과는 언론의 입을 막아 국민의 알 권리를 훼손하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 뻔하다. 이 점에서 권력집단이 언론을 상대로 제기하는 이른바 ‘전략적 봉쇄 소송’을 제한하자는 움직임은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다.
미국은 고위 공직자들이 명백한 악의가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언론사를 상대로 거액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제도화하고 있다고 한다. 공인의 개인적 권리보다는 언론자유 침해에 따른 사회적 손실을 더 우려하기 때문이다.
최근 ‘대전 법조비리’ 보도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에서 나타났듯이 공인에 대한 언론의 감시 역할은 최대한 넓게 인정해 주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권력층 등 ‘힘 있는 사람들’의 언론 상대 거액 소송을 제한하는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 이와는 별개로 거액 소송도 마다하지 않는 현 정부의 언론 인식 수준은 국제적으로도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