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제5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결렬되면서 자유무역협정(FTA) 양자(兩者)투자협정(BIT) 등 양자협상이 한국의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다자(多者)간 협정인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지연됨에 따라 각국과 개별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미(韓美) BIT는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 문제에 부닥쳐 협상이 중단됐으며 한-칠레 FTA 비준도 농민 반대 등에 따라 지연되고 있다.
▽각국 양자협상 급물살=칸쿤 WTO 각료회의 폐막 직후 일본은 멕시코와 중단된 FTA 협상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DDA 협상 결렬에 따라 양자간 협상인 FTA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로버트 졸릭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각료회의 결렬 직후 칸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다자간 협상이 깨졌으므로 양자간 협상에 주력하겠다”며 “미국은 14개국과 FTA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멕시코 정부는 칸쿤회의에서 한국이 제안한 한-멕시코 FTA 체결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고 한국 대표단이 15일 밝혔다.
멕시코측은 “일본은 농업시장 개방 뜻을 밝혔고 양국 모두 FTA 체결에 관한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돼 있다”며 “멕시코-일본 FTA 체결에 주력하기 위해 한국과의 FTA는 지금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국내 마찰로 지지부진=황두연(黃斗淵) 통상교섭본부장은 14일 칸쿤 현지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FTA BIT DDA 등 통상 협상이 지연될 경우 한국에 좋을 게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 대표단의 한 당국자는 칸쿤회의가 열리는 동안 국내 농민단체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제 한-칠레 FTA는 물 건너간 것 아니냐”며 우려했다.
이해 집단의 반발뿐 아니라 정부도 부처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DDA 농업협상을 놓고 산업자원부와 농림부가 미묘한 대립을 보였다. DDA 비(非)농업부문에서는 산자부와 해양수산부가 다른 입장을 나타냈다.
외교통상부는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을 2만달러로 늘리려면 1인당 수출액을 현재의 2배로 늘려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2001년 기준으로 한국의 무역의존도(국민소득 대비 수출입액 비율)는 69.1%이며 무역규모는 세계 13위다. 그러나 1인당 수출액은 3178달러로 세계 36위에 머물고 있다.
▽리더십 부재 해결해야=익명을 요구한 정부 당국자는 “정부 부처간 ‘신사 협정’이 통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며 “통상 현안에 관해 합의를 해놓고도 돌아서서 이익단체에 발목이 잡혀 입장을 번복하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장관이 바뀌면 부처간의 기존 협의가 물거품이 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 통상정책의 문제점으로 △대통령의 리더십 부족 △경제부총리의 정책 조정기능 약화 △통상교섭본부장의 정책 조율 권한 부족 등을 꼽고 있다.
동국대 국제통상학부 곽노성(郭魯成) 교수는 “통상협상 체결 및 무역자유화는 손해 보는 쪽이 있으므로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이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정문수(丁文秀) 교수는 “통상은 외국과의 협상보다 국내 이해관계 조정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요 국제 협정 추진 현황구분진행 상황지연 원인부작용한-칠레
자유무역협정국회 상임위 계류중
(비준 절차 지연)농민단체 반대(피해 농민 보상을 사전에 마련 중)한국기업의 칠레 시장 점유율 하락, 다른 나라와 FTA 체결에 악영향한미(韓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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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5차 각료회의 결렬로 협상 일정 지연선진·개도국 대립쌀 시장 개방에 관한 미국 중국 등 요구 증가 우려, 한국 대외 무역 위축자료:통상교섭본부, 농림부
칸쿤(멕시코)=이은우기자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