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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싱크탱크]한국해양수산개발원

입력 | 2003-09-16 17:59:00


노무현(盧武鉉) 정권이 자주 강조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동북아 물류중심’이다.

이 말은 언제 어디서 생겨났을까.

“1995년이었습니다. 당시 국무총리 산하기구로 세계화추진위원회가 있었죠. 저희가 ‘한반도의 동북아 물류중심화 전략’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동북아 물류중심이란 개념을 만들어낸 ‘원조(元祖)’인 셈이죠.”

해운과 항만, 수산 등 바다와 관련된 경제정책을 연구하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연구원들. 왼쪽부터 조계석 양창호 연구위원, 윤상호 부연구위원, 신영태 전찬영 김학소 연구위원, 최성애 부연구위원, 이정욱 원장, 임종관 부연구위원, 정봉민 선임연구위원, 이원갑 연구위원. 사진제공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이정욱(李廷旭) 원장에게 ‘동북아 물류중심’의 의미는 각별하다. 일부에서는 ‘정치적 구호’라는 비판도 하지만 KMI의 연구결과가 정책으로 연결된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KMI는 해양과 수산 해운 항만 등 바다와 관련된 과제를 연구해 국가가 정책을 수립할 때 이론과 명분을 제공하는 국책 연구기관. 바다와 관련된 연구기능이 해운산업연구원과 해양연구소 농촌경제연구원 국립수산진흥원 등으로 흩어져 있었으나 97년 해운산업연구원을 중심으로 통합돼 KMI가 탄생했다.

▽연구 성과는 정책으로 이어진다=지난달 27일 전남 광양항에서 열린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의 ‘참여정부 물류중심 추진 로드맵’ 회의. 이 자리에서 해양수산부가 보고한 내용의 상당 부분은 KMI 정책동향연구실의 작품이다.

투자분석팀의 활동도 돋보인다. ‘인천북항·평택항 민자투자사업 타당성 연구’에서 제시된 주요 내용이 정부의 ‘2003년 민간투자사업 기본계획’에 반영됐다. 개발계획팀도 뒤지지 않는다. ‘광양항 조기활성화’ ‘항만공사제 도입’ 등 최근 뉴스에 오르는 주요 연구를 담당했다.

이 밖에 법률로 제정된 연구결과도 많다. 특히 ‘선박투자회사법’은 2000년부터 2년 동안 2번의 워크숍과 37번의 공식회의를 거쳐 태어난 KMI의 ‘옥동자’다. 금융권과 해운업계를 찾아다니며 한 비공식회의까지 포함하면 회의가 80번에 이를 정도.

“우리가 하는 일은 책상머리에 앉아서 하는 연구가 아닙니다. 정말 미친 듯이 출장을 다니죠. 연구대상이 바다 아닙니까. 부지런히 발품을 판 덕분에 정책에 반영된 사례도 많습니다.”(진형인·秦炯仁 부원장)

▽개발원을 이끄는 두뇌들=KMI에서 행정직을 제외한 연구 인력은 80명. 조직은 실(室)과 센터 등으로 구분돼 있으나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행정적 조직일 뿐이다. 실제 연구업무는 과제별로 연구원이 ‘헤쳐 모여’를 하는 매트릭스 구조라는 게 개발원의 설명.

개발원의 사령탑인 이 원장은 해운경제 전문가. 영국 웨일스대에서 해운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9년 원장으로 취임한 뒤 재임에 성공해 개발원에서는 ‘장수(長壽)’하는 원장으로 불린다.

진 부원장은 국제물류에 정통하다는 평가다.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줄곧 국제물류에 관심을 가졌으며 현재 한국로지스틱스학회장을 맡고 있다.

김학소(金學韶) 연구위원은 개발원에서 ‘한국 항만개발의 산증인’이라고 불리는 인물. 광양항 및 부산 신항만 개발연구를 통해 한국 항만개발의 골격을 세웠다는 평가다.

조동오(趙東五) 연구위원은 외항선 선장을 하면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 ‘선주책임상호보험제도’ 등 해안 안전과 관련된 여러 제도를 내놓았다.

장학봉(張學봉) 연구위원은 심해저 광물 사업에서부터 지구 온난화 문제, 세계 해양엑스포 계획 등 다방면에서 활약한 연구원.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심각한 갈등을 빚는 해상경계 분쟁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

김성귀(金成貴) 연구위원은 어촌 전문가. 어촌 관광사업 등을 통해 어가(漁家)의 소득 증대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정부의 ‘해양중장기계획(Ocean Korea 21)’에서 해양 관광 정책을 담당한다.

류정곤(柳廷坤) 연구위원은 어업 자원관리에 특화돼 있다. 바다목장과 인공어초, 어업협정 등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신영태(辛英泰) 연구위원은 어업 구조조정 전문가. 특히 연근해 어업에서의 감척(減隻)에 관한 이론적 배경과 추진방안을 제시했다.

전찬영(全燦榮) 연구위원은 투자분석이 강점. 항만 물동량의 수요를 미리 내다보고 항만개발의 타당성과 경제성을 분석한다.

주문배(朱文培) 연구위원은 수산물 통상정책 전문가. 세계무역기구(WTO)와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수산물 시장 개방에 관한 연구를 한다.

임종관(林鍾寬) 부연구위원은 7년 동안 해운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실무형 이론가. 93년 남북해운합의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했고 실제로 지난해 12월 가서명된 남북해운합의서의 내용을 구성하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

차지완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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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양연구원 활동 ▼

‘거대하고 복합적이며 공적(公的)이다.’

한국해양연구원(KORDI)의 성격은 세 단어로 요약된다. 연구 대상인 바다가 넓고 깊은 데다 공공자원이기 때문에 연구주제도 ‘거대’하고 ‘공적’일 때가 많다. 또 물리와 화학, 지질학 등의 학문이 ‘복합’돼야 연구 성과의 부가가치도 높다.

KORDI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과 더불어 바다를 연구하는 양대 연구소로 꼽힌다. KMI가 해양 정책에 무게를 둔다면 KORDI는 해양 과학기술에 집중한다. KORDI의 전신은 1973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부설로 세워진 해양개발연구소. 올 10월이면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바다의 95%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입니다. 해양 관리기술을 제공해 정부가 해양 정책을 세울 때 불확실성을 줄이는 역할을 하는 것이 KORDI입니다.”(변상경·卞相慶 원장)

KORDI의 연구 인력은 모두 209명. 이 가운데 189명이 박사급으로 활동 범위가 넓기로 유명하다. 남극 세종기지에서부터 북극 다산기지의 운영을 책임지는 것도 KORDI다.

이런 탓에 KORDI는 출장이 많은 연구소로 소문나 있다. 지난해에는 한 연구원의 출장 일수(파견 제외)가 260일이어서 ‘최다 출장자상’을 탔을 정도.

석문식(石文植) 책임연구원은 ‘국제공동해양조사연구(ARGO)’ 담당자. ARGO는 일정 기간 수중에 있다가 수면으로 떠오르면서 수온과 염분을 측정해 인공위성에 송신하는 장비를 통해 얻은 해양 정보로 기상 및 기후 변화를 예측하는 프로그램이다.

독도를 지키는 권문상(權文相) 책임연구원은 독도의 해양 물리학적, 지질학적 연구결과를 국제사회에 제시해 ‘영해권’을 지키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이흥재(李興宰) 책임연구원은 새만금의 해양환경을 연구하는 해류 및 해양순환 전문가. 새만금 사업을 비롯해 바다를 개발할 때의 ‘친(親)환경적’ 기술을 연구한다.

심재설(沈載卨) 책임연구원은 이어도종합해양과학기지를 맡고 있다. 이어도는 국토 최남단인 마라도에서 남서쪽으로 149km 떨어진 수중암초로 KORDI의 해상과학기지가 있다. 심 연구원은 이곳에서 해상 및 기상관측, 인공위성을 이용한 해양원격탐사 등을 하고 있다.

김예동(金禮東) 극지연구소장은 남극 세종기지에서 이뤄지는 해양연구를 맡는다. 남극 광물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김종만(金鍾萬) 책임연구원은 최근 지방자치단체간에 유치 경쟁이 뜨거운 ‘바다목장’ 조성 연구를 담당한다. 바다목장은 물고기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인공어장.

이판묵(李.默) 책임연구원은 무인잠수정 전문가. 2001년부터 해저 6000m까지 탐사할 수 있는 무인잠수정을 개발 중이다.

신명수(申明秀) 책임연구원은 특수선 설계 전문가. 특히 해수면 2m 높이에서 최고 시속 120km까지 운항할 수 있어 ‘날아다니는 배’로 불리는 위그선을 개발했다.

차지완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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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I 보고서 원칙 ▼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연구원들은 직설적이고 화끈하다. 핵심을 찌르는 몇 가지 단어로 의견을 낸다. 머뭇거리는 기색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특징은 KMI가 내놓는 10여종의 보고서에서도 잘 드러난다.

“비정기 간행물인 ‘해양수산 현안분석’의 집필 원칙이 ‘도끼로 장작 패듯이’예요. 불필요한 서론이나 현란한 수사는 필요 없다는 뜻이죠. 늘어지게 썼다가 후배에게 ‘지적’을 받고 ‘발간 불가’ 판정을 받을 때도 많아요.”

정흥교(鄭興敎) 정보자료과장은 보고서 발간 과정을 다이아몬드 가공에 비유했다.

항만과 어촌 등 현장을 찾아가 과제(원석)를 찾아낸 뒤 팀별, 센터별, 실(室)별로 ‘크로스 체크’를 하는 스크린 회의(가공)를 반복한다는 것. 최종 심의단계에서는 외부 전문가 2, 3명을 초청해 비판을 자청한다. 각각의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계급장을 뗀’ 치열한 논쟁도 KMI의 보고서 발간 원칙이다.

“외환위기 이후 KMI도 조직 슬림화를 거쳤죠. 이런 탓인지 철저하게 성과주의 문화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같은 직급 안에서도 총 연봉 기준으로 최고 50%까지 차이가 납니다.”(이정욱 원장)

KMI는 최근 연구보고서와 연구용역금액이 매년 50%씩 뛰어오를 만큼 급성장하고 있다. 국무총리 산하 경제사회연구회의 14개 국책연구소 평가에서 1999년 이후 3년 연속 최우수 그룹에 오르기도 했다.

차지완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