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만명과 6만여명.
올 상반기 최고 화제작 ‘살인의 추억’(전국 기준 530만명)을 만든 ‘싸이더스’의 차승재 대표를 한동안 잠 못 이루게 한 숫자다.
‘60만명’은 ‘지구를 지켜라’의 4월 개봉 당시 그가 평론가들의 호평을 바탕으로 “최소한 이 정도는 들겠지”라며 마음 속으로 어림잡은 예상 관객 수. 하지만 결과는 ‘0’이 하나 빠진 숫자로 드러났다.
영화 20여편을 제작하며 흥행의 쓴맛 단맛을 다 본 차 대표도 “흥행과 관련해 별 징크스가 없었는데 그때는 너무 처참했다”고 말한다. 사실 흥행에 관한 한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영화가에는 이른바 ‘흥행 괴담’이 떠돈다.
과거에는 포스터에 배우 뒷 모습이 나오면 영화가 망한다, 촬영장에 귀신이 나오면 영화가 뜬다 등 ‘믿거나 말거나’형이 많았다.
요즘의 흥행 괴담은 나름대로 근거를 갖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저주’. ‘2009 로스트 메모리즈’(총제작비 82억원) ‘예스터데이’(80억원) ‘아 유 레디’(80억원)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100억원), ‘튜브’(70억원) 등 엄청난 제작비를 들인 대작들이 ‘본전’도 못 건지고 잇따라 흥행에 참패했기 때문이다. 26일 개봉 예정인 ‘내추럴 시티’(100억원)의 한 관계자도 “사람들이 제작비를 들먹일 때마다 괜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여배우 B, K씨가 출연한 영화는 이상하게도 흥행에 실패한다는 ‘배우괴담’도 있다. 이 밖에 △홈페이지가 다운되면 영화가 성공한다(대중의 관심이 많다) △영화제 개, 폐막작은 흥행이 어렵다(영화가 어렵다) △사극, 스포츠나 동물 소재 영화는 관객이 안든다(지금까지 성공작이 드물다) 등 설득력 있는 ‘괴담’도 있다.
제8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된 ‘아카시아’의 홍보사인 ‘영화인’ 안수진 실장은 “폐막작에 뽑혔다는 사실이 기쁘면서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영화사 ‘시네월드’ 정승혜 이사는 “과거에도 여름에 공포, 가을엔 멜로, 추석엔 성룡이라는 식의 흥행 징크스가 있었지만 요즘 흥행괴담은 그럴듯해 귓전으로 흘려듣기 찜찜하다”고 밝혔다.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