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경찰청 헬기를 타고 상공에서 내려다본 경남지역은 대부분 쑥대밭이 된 것처럼 처참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곳곳에서 복구작업에 땀을 흘렸으나 주민들이 넋을 잃고 주저앉아 있는 안타까운 장면도 많이 눈에 띄었다.
▽흙탕물 평야=김해평야 등 낙동강 인근의 논과 밭은 온통 흙탕물이었다.
저지대의 논은 완전히 침수됐고 물 속에 가라앉지 않은 곡식들도 물기에 젖어 고개를 들지 못했다. 뿌리째 뽑힌 벼이삭은 하천을 떠다녔다.
강물이 범람하면서 섬처럼 고립돼버린 마을들도 여전히 적지 않았다. 농가의 비닐하우스는 아무렇게나 뜯겨져 나가 쓰레기장이나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의 공사장은 작업을 중단해 인부들이 일손을 놓고 삼삼오오 모여 있었고, 건축 자재들도 널브러져 있었다.
산사태로 무너져 내린 토사를 치우는 포클레인이 보이기도 했지만 본격적인 복구작업이 이뤄지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여러 지역에서 마을의 전신주와 가로등이 뽑혀져 길가에 나뒹굴었고 강풍에 제각각 기울어진 가로등 밑을 승용차들이 아슬아슬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간선도로와 철로는 대체로 정상을 찾았지만 아직도 군데군데 흙으로 막혀 있었다.
▽복구에 구슬땀=복구작업이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는 부산 김해 등 시가지는 어느 정도 평온을 회복한 듯 했다.
주민들이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태풍이 할퀴고 간 상처를 치유하느라 온 힘을 쏟았다. 부산 대변항 부두에서는 마을 주민 20여명이 나와 여기저기 널려 있는 고철덩이들을 한데 모으고 있었다. 군인과 경찰들도 작업복 차림으로 해변에 나와 어지럽게 널려 있는 쓰레기를 치웠다.
공단 지역에서도 인부들이 중장비를 동원해 구멍 뚫린 공장 지붕을 보수하는 등 일손이 바빴다.
강풍으로 무너져 내린 부산항 신감만부두의 컨테이너 전용 크레인과 옆으로 누워버린 선상호텔 옆에서 다른 크레인을 이용해 화물을 실어 나르고 있었지만 무너진 철골 구조물을 수습하는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경찰 헬기에서=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