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이드라인에 따라 2007년 금융시장을 개방하기로 하면서 씨티그룹, 홍콩상하이뱅크(HSBC) 등 다국적 금융그룹들이 벌써부터 중국 금융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 정부는 광둥의 남중국은행, 시안의 중국장성은행 등 100% 민간자본으로 5개 민간은행을 설립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FEER) 최신호(18일자)가 전했다. 이들 은행을 철저히 ‘고객 중심’ ‘이윤 중심’으로 운영해 중국 은행의 모델을 만든다는 것.
중국 금융시장은 세계 금융계에 남은 최대의 미개척지로 꼽힌다. 13억 인구 가운데 신용카드 이용자가 아직 100만명 수준에 불과한 점만 보더라도 시장잠재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고 FEER는 전했다.
지금까지는 중국은행 중국공상은행 중국건설은행 중국농업은행 등 4대 국영은행이 금융시장을 장악해 왔지만 부실 대출, 불투명한 운영으로 막강한 외국계 은행들이 밀려오면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FEER는 이들 은행의 대출 가운데 절반 이상이 부실대출이라는 분석이 있으며 기술적으로는 이미 ‘파산 상태’라고 전했다. 부실 국영기업에 대해 당과 정부의 지시에 따라 대출해 온 결과라는 것.
중국 정부는 새로 출범하는 은행들에 ‘투명경영’ ‘틈새영업’ ‘맞춤영업’ 등의 기법을 적극 도입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우선 1조3000억달러에 이르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을 생산해 오면서도 제대로 대출을 받지 못해온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또 2010년까지 중국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1인당 연간소득 6500달러 수준이 되면 주택 및 차량 구입을 위한 대출이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의 이 같은 계획은 중국 정부가 투자하기는 했지만 사실상 최초의 민간은행이라고 할 수 있는 민생은행이 부실대출 비율 1.74%, 최근 1년간 순이익 40% 등 국영은행보다 월등히 나은 실적을 보인 데 고무된 것이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