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비자금 20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권노갑(權魯甲·사진) 전 민주당 고문에 대한 첫 공판이 16일 오전 서울지법에서 형사3단독 황한식(黃漢式)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이날 공판은 변호인측의 요청에 따라 피고인 신문 없이 추후 공판 일정만 정한 채 마무리 됐다.
권 전 고문은 이날 웃음을 머금은 채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법정에 들어섰으나 본인 확인을 위한 재판부의 질문에 주소와 본적을 더듬거리며 겨우 대답했고 주민등록번호를 기억하지 못했다.
재판장은 권 전 고문에게 주민등록번호를 불러주며 “번호가 맞느냐”고 물었다. 권 전 고문이 “맞다”고 대답해 재판이 이뤄질 수 있었다.
변호인측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권 전 고문이 현재 정신적 공황상태에 있고 검찰이 최근에야 권 전 고문의 수사기록을 일부만 복사해 줘 변론을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며 재판 연기를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검찰과 변호인측의 협의를 거쳐 다음달 7일, 14일, 21일, 28일 공판을 열어 피고인 신문과 증인 신문 등을 하고 11월 4일 결심 공판을 갖기로 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