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치킨 등을 파는 패스트푸드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카운터 위쪽에 걸려 있는 메뉴판입니다. 보통 메뉴판을 쳐다보는 몇 초 사이에 무엇을 먹을지 결정하게 됩니다.
패스트푸드업체들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메뉴판 내 제품 배치나 색깔, 사진 등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팔고 싶은 상품을 고객들이 선택하게끔 유도하려는 것이지요.
맥도널드는 최근 전국 343개 매장의 메뉴판을 전면 교체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6개월간 실시한 소비자 행동방식에 대한 연구 결과를 상당부분 반영했다고 합니다. 이에 따르면 소비자는 가장 먼저 가운데를 쳐다보고, 그 다음에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시선을 옮깁니다.
맥도널드는 주력 제품을 중앙부에 배치하고 새로 내놓은 신제품을 왼쪽에 두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토종 패스트푸드업체 롯데리아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최근 출시한 ‘호밀빵새우버거’를 메뉴판 가운데 부분에 배치해 주목률을 높인 것이죠. 롯데리아는 또 고객이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메뉴판 높이를 손님이 매장에 들어설 때 시선의 15도 위로 맞추고 있습니다.
치킨을 주로 파는 KFC는 이달 신촌 매장을 새롭게 개편하면서 메뉴판에 많은 변화를 줬습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시선이 움직인다는 소비자 행동심리를 반영해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치킨을 가장 왼쪽에, 값이 싼 음료와 사이드메뉴는 가장 오른쪽에 배치한 것이죠. 패스트푸드 하면 ‘맛은 있으나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일반적인 인식을 잠깐이라도 잊게 하기 위해 메뉴 제목 글씨를 자연을 연상시키는 녹색으로 처리하기도 했습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